"폭력에 맞선다는 자세로"…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2.11 08:06  수정 2024.12.1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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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메달과 증서 수여

12일 낭독회 끝으로 공식 일정 마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가 '문학의 힘'을 언급했다.


한강 작가는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이후 노벨상 연회가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내 블루홀에서 "여러분과 이 노벨문학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 함께 폭력에 맞선다는 자세로요. 감사합니다"라며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뉴시스

그는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며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는 한국어 소개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한강 작가는 먼저 8살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면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비가 심하게 와 20명의 아이들이 처마 밑에 있었다. 길 건너편에 처마 아래에도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나와 함께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면서 "읽고 쓰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 내면과의 만남, 중요한 질문들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긴 시간 문학에서 제기됐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세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고 문학의 의의를 설명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의 의미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앞서 한강 작가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에게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엘렌 마트손 노벨문학상 위원회 회원은 수상 연설에서 "한강 작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함과 상실을 말한다. 학살로 쌓인 시체 더미에서 피가 흐르고 짙어지다가 이내 호소가 된다"며 "그의 작품 속 사람들은 상처 입고 취약하고, 어떤 면에선 약하지만 충분한 힘을 가진다. 꼭 필요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한강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며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전하게 돼 영광 "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시상식의 상징인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한강 작가가 처음이다.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았었다.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한강 작가는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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