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돈으로 따질 수 없다…가성비를 생각 안 할 때 멋진 순간들이 와.”
드라마 ‘정년이’ 특별출연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까지. 배우 문소리는 올 한 해를 그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판소리 공부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100분 분량의 1인극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도 했다. 이 과정이 힘들 법도 했지만, 문소리는 ‘아름다운 순간들’이라고 지난 작업을 회상했다.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 천재 정년이의 이야기를 담은 tvN ‘정년이’에서 문소리는 정년이의 엄마 서용례 역을 맡아 ‘판소리’에 도전했다. 서용례 또한 ‘소리 천재’ 였지만, ‘천재’ 타이틀을 잃게 되자 소리판에서 떠나버린 인물로, 결국엔 정년이에게 ‘떡목’으로 소리하는 법을 알려주며 딸의 길을 응원한다. ]
ⓒ씨제스스튜디오
이 과정에서 서용례의 한 맺힌 ‘추월만정’ 씬이 큰 화제가 되는 등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남다른 존재감으로 ‘정년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특별출연이었지만, 그럼에도 동료 배우들과 함께 1년 동안 연습에 매진한 결과였다.
“(시청자들이) ‘추월만정’에 대해선 잘 모르셨을 것이다. 소리하는 사람에게도 어려운 대목으로 꼽히는 곡이다. 판소리 장단 중 가장 느린 진양조장단인데, 그래서 부르는 사람의 소리 공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하더라. 호흡을 끌고 나가면서, 저음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어지간한 사람은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고 들었다. 정말 실력이 있어야 무슨 맛인지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게는 1년도 부족한 연습 기간이었다.”
‘지옥2’에서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수경은 새진리회에 접근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인물. 공포스러운 세상에 혼란을 더하며 더 큰 갈등을 야기한다. 판타지적인 세계관 안에서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이수경 또한 고민을 거듭하며 완성한 캐릭터였다.
“‘지옥’ 같은 경우는 캐릭터 라이징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해답은 시나리오 안에, 감독님 안에 있다. 그걸 찾기 위해서 여러 질문을 하고, 찾다 보면 어느 순간 딱 잡히는 때가 온다. ‘정년이’ 같은 작품은 소리라는 매달릴 구석이 있다. 그런데 ‘지옥’은 리얼하게 접근을 해야 할 것인가, 판타지로 생각해야 할까. 고민했다. 처음엔 모호했는데, 내가 해야 할 미션은 무엇일지 전체 판을 놓고 고민하며 만들어 나갔다. 판을 놓고 민혜진은 어떤 말이며, 정진수-박정자가 맨 앞에 있다면 민혜진은 어디에 있을까. 저는 이 세계관 밑에 은은하게 깔린 역할 같더라. 컨트롤러를 뒤에서 쥐고 있어야겠구나, 이런 지형도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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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러닝타임 100분의 1인극 ‘사운드 인사이드’로 관객들까지 만난 문소리의 활발함에 감탄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소리는 ‘연극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며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갈증이 있다가 해소하고, 변신을 하고, 이런 느낌은 아니다 제겐. 비슷한 시기 오픈이 돼서 더 그렇게 느껴주시는 것 같다. 효과가 배가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연극은 더 깊이 쌓을 수밖에 없는 장르다. 관객과도 그렇고, 함께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럴 때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시간들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게 너무 소중하다. 사춘기 때 별 것 아닌 걸로 깔깔거리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
좀 더 쉽고, 편한 길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특별출연을 위해 1년 동안 소리를 배우고, 몇 달 동안 연습에 매진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문소리에게 ‘가성비를 추구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소리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제가 용감하고 고집이 센 것 같지만, 은근히 겁이 많고 정이 많다. 끈질기게 부탁하면 거절을 못 한다. 저의 약점이라 밝히고 싶지 않다. 매니저가 고생한다. 아니라고 했다가도 그쪽에서 간절하게 이야기를 하면 ‘내가 뭐라고 저러나’ 싶어 진다. 가성비 같은 게 중요할 수 있지만 사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돈으로 따질 수 없다. 제가 민폐를 끼치면 그게 더 지옥이다. 연극 같은 경우는 돈을 얼마 받진 못한다. 그런데 진짜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가성비를 생각 안 할 때 그런 멋진 순간들이 오는 것 같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예상한 만큼의 결과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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