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2배 성과급 달라" 현대트랜시스 노조, 현대차 본사 앞 민폐시위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10.29 10:36  수정 2024.10.29 11:36

노조원 등 1000여명, 시민 불편 볼모로 도로 막은 채 대규모 집회

대형 무대‧초대형 스피커 설치, 보행자 위협하는 깃발과 현수막 등 동원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앞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이 연일 도를 넘어서는 시위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주말인 27일에는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며 주민들에게 고통을 준 데 이어, 28일에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앞 도로를 점거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명은 지난 28일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가로막은 채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장소에 대형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현수막 및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깃발 등을 대거 동원했다.


집회 과정에서 극심한 소음, 교통체증, 통행방해 등으로 현대차‧기아를 찾은 방문객과 인근지역 주민, 보행자, 운전자 등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위대는 거리 흡연까지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점거한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나들목 초입인데다, 대형 마트까지 맞닿아 있어 평상시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곳으로,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막고 진행된 집회로 인해 인근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유일하게 운행 가능한 1개 차선으로 짐을 실은 대형 트럭이 시위대와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채 운행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앞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면서 짐을 실은 대형 트럭이 남은 1개 차선으로 위태롭게 운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인근 버스정류장도 가로막고 집회를 진행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정류장을 크게 벗어난 곳에서 하차해 대형 깃발을 든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로 이동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시위대가 고성능 마이크 및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유발시킨 소음은 인근 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기도 했다.


정부는 올 8월부터 시민들의 환경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시위의 소음 허용 기준치를 하향 조정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으나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음의 노동가요를 반복해서 재생하고, 마이크로 고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지역을 지나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시위를 하다니”, “도로를 막고 벌이는 시위를 왜 허용해주느냐”는 등 시위대의 행태를 비난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앞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면서 짐을 실은 대형 트럭이 남은 1개 차선으로 위태롭게 운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앞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20여명은 지난 27일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 주택가에서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면서 인근 주민들의 평온한 주말 일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현대트랜시스 사측은 노조가 수용 불가능한 요구안을 내놓고 파업으로 부품 생산 차질을 유발해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생산까지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교섭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현대차‧기아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시선을 끌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이날까지 22일째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현대트랜시스 최대 사업장이자 국내 최대 자동변속기 생산거점인 충남 서산 지곡공장이 부분파업을 시작한데 이어 11일부터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파업 확대로 서산공장에 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1~3차 중소 협력업체까지 납품 차질을 빚고 있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 완성차공장 역시 연쇄적으로 정상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면서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근로자에게 성과를 나누는 성과급 본연의 의미를 무시하고 회사가 빚을 내서라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내놓으라는 것은 노조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런 도 넘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애꿎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벌이지 못하도록 규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무리한 주장을 내놓고 막무가내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을 볼모로 차선을 막고 대규모 집회를 벌인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처사”라며 “차량 교통과 보행자 이동 방해, 규제치를 넘어선 소음, 명예를 훼손 소지가 있는 표현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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