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악몽 잊었나…서울 반지하주택 물막이판 설치율 60%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6.24 10:43  수정 2024.06.24 14:07

반지하 10집 중 4집은 물막이판 미설치'…'침수지역 낙인효과' 및 집값 하락 우려

근본 해결책 '대심도 빗물터널' 자재 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착공도 못해

지난 2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의 한 도로에 빗물이 고여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본격적인 장마철이 됐지만 반지하주택 물막이판 미설치 등 서울의 침수방지 대책은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올해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지난 2022년의 8월의 집중호우 당시 일어났던 대규모 침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장마는 기후 변화 영향으로 인해 단시간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열대성 소나기'가 자주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기상청 '장마백서'에 따르면 여름철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 빈도는 최근 20년 사이 1970~1990년대보다 20%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장마 강수량은 660.2㎜로 역대 3번째로 많을 정도였지만, 장마철 중 실제 비가 내린 날(22.1일)은 10번째다. 장마 기간의 강수량을 강수일로 나눈 값은 30.6㎜로 역대 최고였다. 한 번 비가 올 때 많은 양이 쏟아졌다는 의미다.


◇여전히 상습 침수지역 있는데…반지하 10집 중 4집은 물막이판 미설치


지역별 고저차가 뚜렷한 서울 도심 특상상 장마철마다 상습 침수되는 지역이 있다. 지난 2022년 8월 폭우 당시 서울 전역에 시간당 141.5㎜에 달하는 기록적 폭우가 내리며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침수 가구는 2963가구, 이재민은 3032명이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구와 관악구 등이 대표적인 주요 침수 지역으로 꼽힌다. 강남역은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지형 탓에 인접 지역에서 흘러오는 빗물이 고이는 '빗물받이' 역할을 한다. 관악구에는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원룸·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해 있는데 반지하 주택 비율도 높아 침수에 취약하다.


서울시는 과거 여러 차례 침수 사태 이후 '물막이판(차수판)' 설치를 추진했다. 도로가 물에 잠겨도 건물 내부로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게 하는 장치로, 건물 출입구와 반지하 주택의 창문에 설치한다. 하지만 올해 5월 기준 반지하 가구 전체 2만4842가구 중 39.3%가 물막이판 설치를 하지 않았다.


서울연구원은 물막이판 설치율 저조 원인으로 "일부 공동주택에서 물막이판 설치 시 침수 우려지역 낙인과 집값 하락을 우려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내 한 자치구 관계자도 "세입자가 물막이판 설치를 원해도 집주인이 반대해 설치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2년 8월 9일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원천 해결책 '대심도 빗물 터널'은 아직 착공도 못해


서울시는 아직 근본적인 침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2022년 8월 폭우 피해 이후 서울시는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에 '대심도 빗물 배수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빗물 배수 시설 공사는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해 말 해당 지역에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은 지하 40~50m 아래에 큰 터널을 만들어 많은 비가 내릴 경우 빗물을 보관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빗물 배수 시설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완공 시점도 애초 2027년 말이던 게 2028년 말로 미뤄졌다. 배수 시설 착공이 늦어진 것은 비용 문제로 공사를 맡겠다는 건설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과 1월 공고를 냈지만, 사전심사를 신청한 시공사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두 차례 유찰 끝에 총사업비는 1조3689억원으로 재조정됐고, 지난 3월 지역별로 건설사 한 곳씩 사업 참가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자재비용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기존 총사업비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몇 차례 사업비를 조정한 끝에 (지역별로 건설사) 1곳씩 신청서를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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