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선구제 후구상’…“수조원 규모 정부 재정 투입 불가피”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4.04.24 14:17  수정 2024.04.24 14:19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최소 최우선변제금 수준 보장

전세보증보험 비가입자도 HUG가 대응, “조직·인력·예산 충원해야”

국토부 “채권 매입 평가 기준 수립 어려워, 회수율 전망도 암울”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전세사기피해지원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전세사기 피해지원 방향과 관련해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식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재정 투입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특별법을 개정해 선구제 후회수가 추진될 경우 이미 전세보증사고로 대위변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전세사기피해지원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재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 돼 있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구제하고 향후 임대인에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회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선구제 후구상 방안에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내왔으나 최근 총선에서 범야권이 190석에 이르는 의석을 차지하면서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가격은 최우선변제금 이상으로 정해진다.


임차인이 반환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에 선순위 채권과 회수율 등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이 때 산출된 금액이 최우선변제금보다 높을 경우 평가금액으로 채권 매입이 이뤄진다.


그러나 채권 평가액이 최우선변제금보다 낮을 경우에는 최소한의 피해 구제를 위해 최우선변제금 수준으로 채권을 매입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1억원이 전세사기 주택의 경우 가치평가액이 8000만원으로 정해졌다면 이 가격으로 채권 매입이 진행되지만, 가치평가액이 2000만원으로 결정될 경우 서울 지역 최우선변제금 5500만원보다 낮기 때문에 정부가 3500만원을 더 투입해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싼 금액으로 정부 재정을 투입해 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윤성진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채권 매입에서 재정에 순지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심이 되는 점은 예산 규모가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다”며 “정책을 집행을 위한 예산 규모를 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지원 대상과 정책 설계를 구조, 회수율 전망이 어떻게 될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UG는 채권매입 업무를 맡게될 경우 조직과 인력,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했던 대위변제 및 회수 업무를 사실상 보험 비가입자를 대상으로 확대하게 돼서다.


최우석 HUG 경공매팀장은 “채권 매입 업무를 수행하려면 조직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채권 주택 매입 비용이나 기타 부대 비용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채권 매입 가격에 대한 평가와 재원 마련 등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채권 평가 시 정확한 근거와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상당히 어렵다. 경매에서 주택이 얼마에 낙찰될 것인지 전망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채권 관계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법 제도 상으로도 채권액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경매에서 회수율이 얼마나 될 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난해 HUG의 대위변제 금액 회수율도 10%대 였다. 현재 0원에 가까운 채권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경공매 시장에 유사 물건이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어 낙찰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조원대 비용이 들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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