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통해 저렴한 내 집 마련 ‘옛말’
자잿값 오르고 분상제 사라져…분양가 상승세 가팔라
이달 4만가구 분양 봇물, 청약제도 개선에도 메리트 반감
가격 경쟁력 갖춘 일부 단지로 수요 집중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건설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 오르는 반면, 아파트 매매가격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사실상 전국적으로 규제지역이 해제되고 분양가상한제가 사라지면서 분양가는 빠르게 매매가격을 추격하고 있다.
정부는 신생아특별공급, 부부 중복청약 허용 등 대대적인 청약제도 손질을 통해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단 방침이지만, 분양가가 지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어려워 보인다.
5일 우대빵부동산에 따르면 올 2월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1837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3.3㎡당 아파트 분양가는 1774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매매가격보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63만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3.3㎡당 매매가격과 분양가격 차이는 262만원 정도였다. 그동안 매매가격 상승률은 낮은데 반해 분양가는 크게 뛰면서 그 차이가 1년 새 76.0% 줄었다.
서울의 올 2월 3.3㎡당 매매가격(4170만원)과 분양가격(3787만원) 차이는 383만원으로 1년 전 1043만원 대비 63.3% 감소했다. 경기는 지난해 매매가격과 분양가격 격차가 387만원이던 것에서 올 2월 41만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지방은 이미 분양가가 매매가격을 넘어선 지역이 두드러졌다. 격차가 가장 큰 지역은 제주였는데, 올 2월 기준 분양가는 3.3㎡당 2482만원인데 반해 매매가격은 3.3㎡당 1419만원으로 1063만원이나 차이났다. 광주와 경북의 분양가와 매매가격 차이가 3.3㎡당 801만원, 68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대빵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후주택은 많은데 신규 공급이 적어 분양가와 매매가격 차이가 컸으나, 현재는 고금리와 건설원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많이 올라 차이가 벌어졌다”며 “특히 전체 사업비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방의 분양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높아 수도권과 비교하면 분양가와 매매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보다 10% 내외 정도 높은데 그간 분양가상한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분양가가 매매가에 비해 낮다는 인식이 컸다”며 “(서울의 경우) 이 같은 속도면 조만간 매매가격보다 분양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개편 등으로 미뤄진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개선된 청약제도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4만825가구(일반분양 3만491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5192가구)과 비교하면 169%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수도권에선 1만4196가구, 지방은 2만6629가구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문턱을 낮춰 집 걱정을 덜어주겠단 복안인데,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제도 개편에 따른 실효성은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일부 청약 대기수요의 움직임은 있겠지만, 비용 부담이 상당한 만큼 주변 시세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 개선을 통해 청약 기회를 늘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 미분양을 해소해 벌어지는 매매가격과 분양가격 격차를 좁혀주는 노력도 필요하단 견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금리가 계속 이어지고 그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도 높아져 제도가 유리하게 개선되더라도 청약수요의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과 입지, 브랜드 등을 고루 갖춘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미분양 주택의 82%,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81%가 지방에 몰려있다. 지방에 집중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CR리츠나 LH 매입 등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효과도 떨어진다”며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주택시장의 자율기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전향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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