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한국은행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6일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위기는 많은 경제·사회적 비용을 수반하지만, 이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경제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서 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했고, 물가 압력도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다만 초저금리 기간 중 누적된 부동산 대출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간 상충 문제가 어느 나라보다도 컸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5%에 달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도 보완적인 시장안정화 정책으로 이러한 상충 문제에 대응했다"며 "이 같은 통화정책 경험은 과거에 없던 것으로, 중앙은행은 새로운 경제 상황에 유연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분석 능력과 정책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 위원은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를 중시했지만, 산업과 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위기 기간이 산업 지형과 고용 구조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통화정책의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는 단기 시계에서의 통화정책 대응을 넘어 중립금리 변화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장기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이해는 통화정책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며, 구조개혁에 대한 정책 제언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대차대조표와 팬데믹 이후 한국은행 대차대조표 정책 그래프.ⓒ한국은행
아울러 우리나라도 대차대조표(B/S) 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으로 신흥국에서는 선진국과 달리 기준금리가 제로 하한(ZLB)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 정책의 활용도가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 한은은 대차대조표의 자산과 부채 구성을 변화해 ▲시장조성자(Market maker of last resort)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선별적 신용지원(Selective credit support) 등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서 위원은 "한은의 대차대조표 정책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거나, 준재정 활동의 영역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하지만 재정이 담당해야 할 정책 금융적 기능을 줄이고 무차별적 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대자대조표 정책을 활용할 경우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금융중개대출의 한도 유보분이 지난달 이후 은행 중소기업 대출 취급 실적에 대해 2%로 1년간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고금리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를 부문별로 차별화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부문에 적용되는 실효금리는 평균금리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통화정책 운용 시 금융안정 적극 고려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 기능 확대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을 언급했다.
끝으로 서 위원은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 충격 관련 불확실성은 높고 민간부채 취약 부문, 부동산 PF 등을 둘러싼 금융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며 "물가와 가계부채의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높아진 레벨 효과로 민간의 실질구매력 약화와 내수 회복 지연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기술변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기후변화 등 구조 변화로 통화정책 여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해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 축소 등 여건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차대조표 정책, 거시건전성 정책, 외환정책 등 다른 보완적 정책을 적극 활용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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