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안오면 타부서 보낼거야"…여전히 만연한 직장 내 '회식갑질'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3.12.17 12:48  수정 2023.12.17 12:48

직장갑질119 "회식 빌미로 한 직장갑질 아직도 만연"

회식 불참하면 부서 전출이나 인사상 불이익 위협

투명인간 취급하며 회식 안끼워주는 '회식배제'도 있어


직장인 회식 모습ⓒ연합뉴스

사업주, 상급자 등이 직장에서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는 등 '직장갑질'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으로, 이중 62.5%인 30건이 '회식 강요' 사례였다고 밝혔다. 나머지 18건(37.5%)은 '회식 배제' 형태로 나타났다.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제로 참석하게 한 것이었으며,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한 제보자는 "술자리 회식이 너무 잦다"며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친목 도모를 해야 하고, 그런 자리에 많이 참여할수록 적극적인 직원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회식 강요는 음주 강요로 이어지기도 했다. 직장인 A씨는 "임원이 회식에 어떻게 지각을 할 수 있냐고 질책하고, 본인이 술을 시켜놓고는 자리가 파할 무렵 제게 남은 술 다 마시라고 강요해 구역질을 참고 다 마셨다"고 털어놨다.


다른 제보자는 "부서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 원씩 걷고 있다"며 "나는 몇 년 전부터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데 따른 괴로움을 호소한 직장인들도 있었다. 다수의 동료가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한 달째 투명 인간 취급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저를 빼고 회식까지 했다"고 했고,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제게 와서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식


아울러 회식 관련 직장 갑질 감수성도 지난해 보다 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직장인 1000명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를 보면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지난해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 두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도 80.6점에서 73.3점으로 하락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73.4점으로 평균보다 높았으나 5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66.3점으로 20대와 격차가 7.1점에 달했다.


직장갑질 119는 "여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상급자가 공식 회식 후 '단둘이 2·3차 회식'을 가자고 강요하거나, 거절 의사를 밝혀도 직장 내 위계관계를 이용해 거절을 무력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며 "술자리에서 외모 평가나 음담패설 같은 성희롱에 노출되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행위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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