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美 제재에도 불구, 중국용 AI 칩 개발 의지
안보 앞세운 미 정부-시장 최우선 미 기업간 불협화음 지속될 듯
화웨이 등 中 자체 기술 연구…탈엔비디아 위한 기술 개발 가속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엔비디아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출 규제에 흔들림없는 입장을 보이자 미국과 중국 IT업체들이 대응 마련에 나섰다. 중국 시장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엔비디아는 중국용 AI(인공지능)칩을 만들겠다며 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런가하면 중국은 자국 기업 화웨이를 앞세워 엔비디아를 대체할 AI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중국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와 미국 기업들은 중국 AI 생태계를 존속하기 위한 셈법 마련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의 CEO인 젠슨 황은 6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반도체 중국 수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WSJ(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이날 싱가포르 기자들에게 "우리 계획은 미 정부와 계속 협력해 새 규제를 준수할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새 규정에는 추가적인 제한이 있다. 우리는 그 규제들을 준수할 새로운 제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CEO의 이번 발언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AI 지원 칩을 판매하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 나온 것으로, 미 정부의 압박에도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나 러몬도 장관은 지난 2일 열린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국방포럼(RNDF)에서 "AI를 구현하는 칩의 특정 부분을 재설계하면 바로 다음날 통제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규제당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해왔는데, 기업들이 수정 버전의 제품으로 수출 물꼬를 틀자 다시 새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자국 기업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로 최첨단 칩 A100과 H100 수출길이 막히자 성능을 30% 가량 낮춘 A800과 H800을 작년 3분기 내놨다. 그러자 미국은 지난 10월 사양이 낮은 AI칩의 중국 수출도 추가로 금지했다. '안보'를 위시하는 미 정부와 '시장'을 우선하는 미 기업간 두더지게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뿐 아니라 미 정부는 AI칩 수출통제 대상을 중국 뿐 아니라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으로 확대했는데 모두 중국 우호국들로, 우회 수출 경로까지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사했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 등 미 기업과 지속적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강력한 규제와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기술 굴기'를 위한 도구로 자국 기업이 활용되는 것을 전면 차단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규제에 맞는 새 반도체 칩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미 정부가 허용해줄 가능성은 낮다. 첨단부터 범용 제품까지 미국 규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지금까지의 정부 기조를 역행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 정부가 대중국 규제 정책에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중국 기술 굴기'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당분간 미 정부와 미 기업간 온도차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5'.ⓒ화웨이 V몰 캡처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역시 "엔비디아는 내년 상반기 중 규제에 문제가 없는 중국용 칩을 내놓으려는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규제와 중국 시장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출 길이 막히고, 그에 따른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진 엔비디아로서는 미 정부의 요구대로 가만히 있기만은 어렵다. 엔비디아의 AI칩 수출 길이 막히고, 그 자리를 중국 기업 제품이 채우게 될 경우 자칫 중국 시장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서 젠슨 황 CEO가 중국 화웨이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이터는 지난달 중국 포털 기업 바이두가 화웨이 AI 반도체칩인 어센드910B 1600개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어센드칩은 엔비디아의 A100 대체품으로, 엔비디아 제품 공백이 지속되는 한 바이두는 자국 제품 생태계를 활용해 AI를 개발하려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엔비디아는 화웨이가 수혜를 보느니 차라리 우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는 논리를 지속 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화웨이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로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메이트 60 프로'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5G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기린 9000s'가 적용됐다. 기린 9000s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의 7nm 공정에서 양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같은 화웨이의 약진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주도로 중국의 '기술 굴기'가 차단된 상황에서 중국 AI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 생태계를 단숨에 뛰어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상식 실장은 "화웨이칩은 엔비디아 칩과 비교해 기초 컴퓨팅 파워에서는 비슷할지라도 전체 성능은 뒤처져있다. 또 엔비디아의 CUDA 아키텍처가 세계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화웨이가 엔비디아와 같은 생태계를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미국 회사들이 이미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지식재산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일부 수준에서 화웨이에 이익이 될 수는 있으나 중국의 AI 산업 발전에는 적지 않은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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