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오남용 온상·환자 보호 장치 부족 등 우려도 [비대면 진료②]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3.12.07 06:00  수정 2023.12.07 06:00

비대면 진료 시 마약류 처방 많아

처방전 조작·위조 등 문제도 제기

정부, 사후피임약 추가 처방 제한

원본 처방전 이미지 다운로드 불가

서울시내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가 비대면 진료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면보다는 비대면 진료에서 의약품 오남용, 오진 가능성 등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이번 국정감사에도 거론됐다. 시범사업 이후 드러난 여러 가지 부작용에 일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중단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급여의약품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처방된 마약류(건강보험 비급여 제외) 가운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리료’ 수가가 적용된 건은 마약 8건, 향정신성의약품 834건 등 모두 842건이었다.


마약류 의약품은 마취제, 진통제, 최면진정제, 항불안제, 식욕억제제, 항뇌전증제, ADHD 치료제 등이다. 성분으로는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졸피뎀 등이 대표적이다. 또 오남용 속성이 있는 탈모약, 여드름약, 응급피임약, 비만 치료제 등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 처방 비중이 컸다.


이들 의약품은 부작용이 크고 불법 투약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도 마약류 의약품의 처방이 금지됐지만 실제로는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향정신성 의약품을 비롯한 마약류는 의사의 대면 진료를 통해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정부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이 비대면 진료로 손쉽게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1년 11월부터 일부 의약품을 제한한 바 있다.


다만 의료기관이 지침을 지키려고 하더라도 현행 비대면 진료 시스템으로는 본인 확인이 어려워 환자가 의약품 오남용을 목적으로 대리처방을 하는 경우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비대면 진료 시 처방전 조작·위조 등 문제도 제기됐다. 비대면 진료는 PDF 등 이미지 파일로 처방전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등록되지 않은 비급여 의약품은 처방전을 포토샵 등으로 조작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처방 제한 의약품 범위 확대와 국가에서 처방전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주도 공적 전자 처방전 시스템 마련 등이 촉구됐다.


정부는 이번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에서 부작용이 큰 사후피임약만 처방하지 못하도록 추가 제한했다. 사후피임약은 고용량의 호르몬을 포함하고 있어 부작용이 크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하나 남성이 처방받는 사례 등 부적절한 처방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도 안전성 관리를 위해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전했다.


이와 함께 위·변조를 통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돼야 함을 명확히 했다. 처방전 앱을 이용해 처방전을 전달하는 경우에는 환자가 원본 처방전(PDF 등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다.


처방전 위·변조 문제는 근본적인 처방정보 전달방식 개선이 필요해 정부는 의약계, 앱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중장기 개선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지침을 위반한 경우 급여 청구액 삭감, 사후관리를 통한 환수 등 제재 조치 중”이라며 “9월부터 불법 비대면 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환자, 의료인, 약사 등이 시범사업 참여 과정에서 지침이 준수되지 않는 사례를 인지한 경우에는 복지부 상담센터(129)에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즉시 철회해야”…반발 나선 의협-약사회 [비대면 진료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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