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예측했지만 '29표' 뿐인 충격적 성적표
외교 역량 부족 부각 시 총선 악영향 불가피
가덕도신공항·북항 재개발 차질 없이 추진해야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민관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섰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90표 차이로 참패했다. 오일머니의 벽이 높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의 부실한 외교역량에 대한 지표라는 평가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173차 총회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65개 회원국 중 119표(72.1%)를, 한국의 부산은 29표(17.6%)를 받았다. 3위 이탈리아 로마는 17표였다.
정부, '박빙' 예측했지만 '29표' 뿐인 충격적 성적표
정부는 1차 투표에서 1위 도시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며 막판 역전극을 노렸다. 실제로 정부는 투표 전까지 '박빙'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큰 표차에 정부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 정상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해왔습니다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어떤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거 같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독주는 예상됐지만 1차 투표 문턱 조차 넘지 못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은 불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엑스포 유치전에 지자체와 기업 등 민간 역량까지 총동원해 국가적 자원을 집중시키며 대대적인 홍보, 외교 노력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외교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이 처한 객관적 상황 판단 없이 근거 없는 기대를 지나치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BIE 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외교 역량 부족 부각될 경우 지지율 하락·총선 악영향 불가피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의 외교 역량 부족이 부각되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물론 총선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야당은 이미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119표를 얻었는데 부산은 29표라는 결과가 충격적"이라며 "우리나라 외교 역사에서 이렇게 큰 표 차이가 난 적이 없었다. 이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외교 성과와 정보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겸허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국가 내실과 외교적 신뢰를 다져 이번 유치 실패를 대한민국과 부산의 심기일전 계기,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가덕도신공항·북항 재개발 차질 없이 추진해야
일각에서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가 불발되면서 북항 재개발과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 해당 사업들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모습이다.
다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서는 엑스포 유치와 관계없이 북항 재개발, 가덕도 신공항 등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 추진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 남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지역에서는 부산을 거점으로써 모든 경제·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우리 부산시민들은 승자"라며 "가덕도신공항, 산업은행 부산이전, 북항재개발에 대한 부분도 부산의 미래가 달린 사업들인 만큼 조금도 지체 없이 추진돼야 하고 중앙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부산시민과 함께했던 지난 7년의 여정은 여기서 일단락됐지만 부산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북항 재개발 등 부산의 숙원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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