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무역금융 고금리 '직격탄'…판매 부진 계속된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3.10.19 06:00  수정 2023.10.19 06:00

5대銀 내국수입유산스 한 해 동안 3조↓

수입기업, 신용장 대신 송금 결제로 선회

신상품도 이자율 높아지자 기업들 외면

5대 은행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대형 은행들이 기업의 수입결제대금을 외화대출로 지원하는 내국수입유산스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수입 규모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간편하고 비용 부담도 적은 송금 방식의 대금 결제를 선호하는 탓이다.


은행들은 송금 방식에 신용공여를 포함한 새로운 상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품 이자율이 덩달아 높아지자 기업들의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말 기준 내국수입유산스 자산 규모는 17조93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6%(3조680억원) 줄었다.


내국수입유산스는 국내 은행이 기한부 신용장(대금지급확약서)에 따라 수입기업들의 결제 대금을 외화대출로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다. 은행이 수출기업에 일람불로 수입 결제 자금을 먼저 지급하면 수입기업은 계약 만기일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는 무역대금 결제 방식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3조1163억원으로 20.7% 줄어들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하나은행(4조3676억원·-18.5%) ▲우리은행(2조9380억원·-16.1%) ▲농협은행(2조8361억원·-13.7%) ▲국민은행(4조6799억원·-5.0%) 등으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내국수입유산스 거래가 줄어든 배경에는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을 나타내고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수입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무엇보다도 수입기업들이 신용장을 발급 받아야 하는 내국수입유산스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송금 거래 방식을 선호하는 구조적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결제 자금 규모가 큰 대기업을 제외하면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신용장 방식보다 송금 거래를 주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은 송금 방식에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유산스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T/T(Telegraphic Transfer) 유산스'를 출시했는데, 송금 방식을 유지하면서 신용공여 기간(최대 1년)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앞서 국민은행도 지난해 4월 송금 방식과 신용장 결제 구조를 합친 'KB 페이먼트 유산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해 국민은행과 같은 구조의 '유산스 송금'을 선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 한 해 동안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해당 상품들의 이자율도 덩달아 크게 뛰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11차례 인상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제로(0) 수준에 머물던 금리 레벨을 5%대로 끌어올렸다.


이에 시중에서 받는 외화대출 금리보다 해당 상품의 이자율이 더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내국수입유산스의 이자율은 기준금리에 고객별 신용도 등 가산율을 더해 결정한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상품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현재 해당 상품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도 극히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은행들의 부진한 판매 실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 연준이 연 5%대의 고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었던 3년 전만 해도 해당 상품들이 메리트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많이 올렸기 때문에 이런 상품들의 이자도 엄청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 이자율이 오르면서 현재는 일반 시중에서 외화대출을 받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다"며 "기업들의 수요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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