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원도급사·하도급 업체까지 모두 처벌 대상
피해액의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적정 공사비 지급, 우선돼야…처벌만이 능사 아냐”
정부가 건설현장 정상화 일환으로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국토부
정부가 건설현장 정상화 일환으로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 결과와 함께 불법하도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발주자는 물론 원도급사, 하도급을 받은 업체까지 전방위 처벌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앞으로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다. 원청이 불법하도급을 지시·공모한 경우, 피해액의 5배,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3배 이내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한다.
과징금은 불법하도급 대금의 30% 이하에서 40% 이하로 높이고, 불법하도급을 준 자에 대해선 종전 징역 3년 이하에서 징역 5년 이하로 처벌을 강화했다.
불법하도급을 지시·공모한 원청은 물론 발주자도 징역 5년 이하, 불법하도급으로 일감을 챙긴 하청 역시 징역 1년에 처하도록 한다. 발주자가 원청의 불법하도급을 적발할 경우는 계약 해지할 수 있다. 현재는 원도급사의 불법하도급이 적발되더라도 공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불법하도급을 준 건설사에 대한 등록말고 기준은 5년간 3회 처분에서 5년간 2회 처분으로 강화한다. 또 등록말소 후 1.5년간 등록제한 규정도 향후 등록말소 후 5년간 등록제한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불법하도급 100일 집중단속 결과, 10대 건설사는 물론 최근 철근 누락으로 부실공사 논란이 불거진 현장도 일부 포함돼 있다.
전방위 처벌 수위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몸 사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기업들 스스로 불법하도급 인식이 전혀 없었다”며 “현장 처벌과 모니터링, 단속을 강화해 건설현장을 정상화하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하자 없는 집을 드리기 위해 불법하도급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방위 처벌 수위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몸 사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불법하도급 문제는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고, 실제 불법하도급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부실시공 등 안전사고 문제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지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재하도급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어서 현장이 돌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정부가 규제만 강화하겠다고 하니 당장 조심은 하겠지만 문제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설령 불법하도급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안전사고는 또다른 곳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다. 정책만으로 현장을 컨트롤한다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하도급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가 아예 사라지진 않는다”며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는 건 없다. 다만 정책 목표에 부합하게 줄여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불법하도급에 대해서 엄단하겠다고 하면 반대로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결국은 충분한, 적정 공사비를 지급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적정 공사비를 준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만큼 공사한다는 보장이 없다. 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 하도급 업자를 막는 건 당연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착공에서 준공까지 중간 검사하는 과정을 좀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며 “공정별로 단계별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서 보고하게 하고 지자체와 감리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현장이 조금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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