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추석 앞두고 황금연휴 특수?…“되레 매출 타격 걱정”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9.18 07:08  수정 2023.09.18 07:08

여름 성수기 넘어선 추석 해외여행 예약

임시공휴일 내수 진작 대신 ‘역효과’ 우려

아르바이트생 시급 울며 겨자먹기로 인상해줘야

최저임금 해마다 오를수록 명절 임금 부담 더 가중

서울 양천구 파라삐리포24 목동점.ⓒ뉴시스

외식업계 사장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와 임시공휴일, 개천절로 이어지는 엿새 간의 황금연휴 때 국내 교외와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늘면서 골목상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해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 ‘징검다리 연휴’에 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와 10월 3일 개천절 사이를 공휴일로 총 6일간 연휴가 생겼다.


대통령실은 국민 휴식권 보장과 함께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숙박 할인쿠폰 60만 장 배포,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도 같이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은 엿새 간의 긴 연휴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거나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큰 만큼 매출에 직격탄을 피할 수 없어서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도시에 남아 일을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항공·여행 등 업계에선 올 추석 연휴 기간에 지난 2019년(일평균 18만1223명)과 맞먹는 18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해외 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 이어 추석 연휴 해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올 하반기 관광수지 적자 폭은 더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여행 수요가 해외로 몰리면서 국내 관광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기대했던 정부 구상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해외 여행 수요만 늘릴 것이라는 ‘역효과’ 우려가 현실이 됐다.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임시공휴일 지정을 급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휴일이면 손님이 몰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 연장 휴일에는 동네에 붙어있지 않고 외국에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며 “휴일이라도 임대료를 깎아주는 거 아니니 한 테이블이라도 받기 위해 가게 문을 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 점원이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처럼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해 매출 하락에 직접적 타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세도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5.1%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인 7.5% 이후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6%를 돌파했다.


길어진 연휴로 높아진 아르바이트(알바) 시급도 최대 고민이다. 가게 운영을 지속하고 싶어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웃돈을 더 얹어주고 사정해야 겨우 일 할 사람을 구할수 있어서다. 해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명절 연휴 비용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하소연이다.


법적으로는 상시근로자 5인 미만 가맹점주는 물론 5인 이상을 둔 가맹점주라도 명절 연휴에는 시급 1.5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추석은 법정 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바생의 출근 유인책으로 명절 연휴 때마다 공공연하게 인건비를 더 늘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휴 기간 아예 문을 닫고 인건비와 전기세를 아껴보겠다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커뮤니티에서는 “파리만 날릴 바에 쉬겠다”, “괜히 감정과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참에 전기요금 아낄겸 쉬는게 이득이다”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도심이나 오피스 상권의 경우 명절이나 황금연휴 기간에는 매출이 빠지는 시기다”며 “불어 명절 기간 동안 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에 한동안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10월 내내 여파가 있을 것 같아 많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마음 놓고 쉴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인건비도 추석 기간에는 1.5배 이상 제공해야 섭외가 되기 때문에 되려 부담은 더욱 크다”며 “온 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되는 시기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우 가족들의 지원을 받아 매장을 돌려야 하는 안타까운 시간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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