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 지원 등에 전기차 생산 비중 12%로 확대
국내 배터리 소재, 리싸이클링 사업 등 진출 계획 발표
국내 배터리 3사, 기존 유럽 공장의 증설·美투자 집중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이미지.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스페인이 유럽 내 신흥 전기차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배터리 연관 업체들도 스페인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10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유럽 2위 자동차 제조국인 스페인의 전기차 생산 비중은 2019년 0.6%에서 지난해 12%까지 확대됐다. 프랑스 자동차 산업 연구기업 이노베브는 스페인은 2030년 연간 164만대로 독일(121만대), 프랑스(83만대) 등 자동차 강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은 핵심 소재인 리튬이 풍부하고 국가 핵심산업으로서 전기차 생태계 관련 지원 정책도 적극 펼치고 있어 포드부터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 9개 자동차 제조사들이 20개의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도 스페인에 대규모 자동차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페인 내에서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향후 중국 엔비젼을 비롯해 폭스바겐, 스페인 현지 업체 등이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스페인 내 당사 자동차 제조 공장에 조달하기 위해 배터리 공장을 2026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스페인 내 전기차 생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배터리 자체 조달을 통해 원가 절감 효과도 커지는 것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일간지 라라손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 중 3~5% 정도가 스페인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스페인이 유럽 최대 수준의 리튬 공급국이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 정부는 전기차 부품 생산부터 완성차 조립까지 모든 생산 공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의 총 예산은 240억 유로다.
한국 정부도 스페인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서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스페인 정상회담에서 “양국 기업 간 상호 투자 진출 협력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으로 확대되는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지속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진출 러시와 유망한 시장 전망성에 국내에서도 배터리 소재 업체부터 폐배터리 업체까지 스페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의 스페인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밝힌 바 있다.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중 유일하게 참여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던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3월 롯데케미칼에 인수된 후에도 유럽 거점은 스페인으로 확정하며 그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 내 폐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재활용 배터리 사업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도 있다. 삼성물산은 성일하이텍과 스페인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식적인 스페인 관련 투자 계획이 없다. 배터리 3사는 유럽 내 신규 공장 신설 대신 각사의 기존 유럽 공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제로 베이스에서 신규 투자하기보다 기존 유럽 공장들을 증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중심으로 생산 거점으로 잡고 추가 투자를 하고 있어 신규 투자할 여력이 없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스페인에 특수목적법인을 인수해 추가 투자 가능성이 더 높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유럽 내 판매 법인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법인을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는 2021년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서 “스페인은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자동차 공장도 많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으로서 큰 매력이 있는 곳”이라며 “스페인이 갖춘 우수한 장점 그리고 자사가 가진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사업 경험이 함께한다면 그 어떤 협업 모델보다 더 훌륭한 성공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스페인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폴란드, 헝가리 등에 단순 셀 메이커가 아니라 부품 소재도 같이 진출해 있다”며 “현재 배터리 3사는 이미 증설 중인 사업장이 많고 미국 진출 집중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유럽 내 추가 투자할만한 여력이 안 된다”고 봤다.
하지만 “그동안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아 여력이 남아있는 삼성SDI가 전략을 바꾸고 있어 스페인과 협상해볼만하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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