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도 밀렸다"... 현대차·기아, 美서 '파격 할인' 이어간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7.07 12:09  수정 2023.07.07 12:09

5월부터 세달째 할인 릴레이… 5000달러 '파격' 현금 지원

상반기 미국 전기차 점유율 3위… 2위 자리 GM에 내줘

내연차로 높아진 수익성… 美 전기차 인센티브 비용 증가 예상

아이오닉 6ⓒ현대자동차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편 현대차·기아가 7월에도 할인 공세를 이어간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요건 탈락 후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리스 보조금 지원 등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왔으나 경쟁사의 꾸준한 가격 인하와 점유율 하락에 할인 정책 확대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조지아 공장 생산 전까지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사실상 할인 없이 '제 값 받기'를 이어가겠다던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전략이 단기적으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달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일부 트림을 대상으로 5000달러(한화 약 654만원) 현금 할인을 지원한다. 또 기존 현대차 고객이 전기차를 리스하거나 구매하면 2500달러 추가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기아도 EV6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3750달러(한화 약 491만원) 현금 할인을 지원한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은 이달에도 아이오닉6를 사실상 3만7715달러(한화 약 4900만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테슬라 모델 3보다 낮은 가격으로, 테슬라 모델 3의 미국 가격은 4만1630달러(한화 약 5423만원)부터다.


이는 지난달 진행했던 할인을 이달에도 이어가는 것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기존 진행하던 자체 임대 보조금을 제외한 추가 할인에 나서는 것은 벌써 세달째다. 현대차·기아는 기존에도 올 2월부터 미국에서 자사 전기차를 리스하는 고객에게 7500달러의 임대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7500달러는 IRA 요건에 충족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조금으로, 현대차는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는 자사 차량에 대해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테슬라 등 타 브랜드와 경쟁해왔다.


특히 세 달 연속 할인 정책이 주목되는 것은 테슬라 등 가격 인하 공세에 따라가지 않겠다던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할인 정책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은 보조금 적용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기존 현대차·기아가 줄곧 내세웠던 '제 값 받기' 전략에 어긋나는 조치다.


'제 값 받기'는 인센티브 폭을 낮게 가져가면서 최대한 차량 가격 그대로를 받겠다는 현대차의 글로벌 가격 전략이다. 가격 경쟁력 보다는 품질력을 통해 승부하면서 브랜드 가치는 높이고, 수익성은 높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제값 받기'를 지속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세 달째 이어지는 파격할인은 현대차·기아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가격 전략을 수정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 브랜드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을 때 까지 단기적으로 파격적인 할인을 지속해 전기차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차는 IRA 이후 미국 브랜드에 밀려 전기차 시장에서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던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결국 GM(제너럴모터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테슬라와 GM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이 가운데 테슬라의 가격 인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단 점은 위기감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차량 할인을 1600달러~7500달러 범위로 늘리면서 미국 내에서 모델 3 차량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의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내년 10월 조지아 공장 가동 이전까지 할인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인센티브 비용 증가보다 점유율 하락이 더욱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차량 가격 자체를 할인하기보다는 지금과 같이 리스 이용시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가 앞서 두 달간 시행한 파격 할인이 즉각적인 효과를 냈단 점도 앞으로의 할인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할인을 진행한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0% 증가하며 월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고, 기아 역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000대 내외였던 EV6 판매량이 지난달 2237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당장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미국 업체들 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리스확대를 위해선 리스 이용시 인센티브 혜택을 늘리는 수 밖에 없고,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 비용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연기관 판매량 증가로 수익성이 높아진 만큼 보조금 적용 시점 전까지 체력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제네시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차그룹에 대한 브랜드 평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제네시스 등 고급 차종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내연기관을 통해 수익성과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인센티브 비용이 늘더라도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보조금 수령이 가능해지면 인센티브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고, 인센티브를 늘려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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