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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지구 못 막으면 ‘제2의 코로나’ 온다 [1.5℃ 공포④]


입력 2023.06.10 07:00 수정 2023.06.11 05:3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덥고 습한 지구, 바이러스 활동성 키워

1℃ 오를 때마다 전염병 4.7% 늘어

빙하 속 얼어 있던 박테리아 출현도

제때 제어 못 하면 ‘자연의 역습’ 직면

지구온난화로 각종 감염병이 새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지구온난화로 각종 감염병이 새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2019년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700만명 가까운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확진자 수로는 6억8500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8일 현재 기준 3184만4758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3만4856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확진자 가운데 139명은 아직 위중한 상태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감염병 연구·정책 센터장은 자신의 저서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대규모 감염병 발생을 경고했다.


그는 “장담하건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감염병이 또 발생할 것”이라며 “코로나19보다 규모가 클 것이며, 1918~1919년 전 세계를 휩쓸어 5000만~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만큼 지독한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이런 우려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부터 본격화했다. 14세기 중반 흑사병과 1919년 스페인 독감이라는 지독한 전염병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일부 학자들이 ‘코로나보다 기후위기가 더 큰 재앙’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전문가들이 ‘제2의 코로나’를 경고하는 이유는 뜨거워지는 지구 기온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전염병 감염 속도가 빨라져 각종 전염병이란 재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더워지고 습해진 지구는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추운 기후에서는 질병이 적은 편이지만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세균과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하고 종류도 많아진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염병이 더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판단도 같다. WHO는 지구 평균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재임 때인 2020년 “WHO는 기후변화가 전염병 피해를 증폭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퇴치했다고 믿었던 열대성 전염병이 다시 나타날 수 있으며, 신종 전염병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연구팀이 남극에서 현화식물(남극개미자리)이 곰팡이에 감염되어 병든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해양수산부 우리나라 연구팀이 남극에서 현화식물(남극개미자리)이 곰팡이에 감염되어 병든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해양수산부
최근 남극 최초로 곰팡이에 감염된 꽃 발견


코로나19와 같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도 있다. 북극과 남극 빙하에 갇혀 있는 바이러스의 출몰이다. 빙하가 녹으면 그 속에 있는 미생물과 박테리아 등이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연구진이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 곰팡이에 감염된 사례를 세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지난달 23일 “우리나라 연구팀이 남극에서 현화식물(남극개미자리)이 곰팡이에 감염되어 병든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문제의 곰팡이가 활성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극개미자리는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2종의 현화식물 중 하나다. 위도 60도 이상 남극에서 이끼류가 병원균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있으나, 자연 상태에서 현화식물이 병든 사례가 학계에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해당 개체 곰팡이가 과거에는 식물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곰팡이(내생균)이었지만, 최근 남극이 20도를 넘는 등 이상고온을 보이면서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병원균)로 활성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야말반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이 노출됐다. 이로 인해 약 2300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했다. 알래스카에서는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2의 코로나 발병국이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 기온 상승 폭이 지구 전체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환경부가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한 반면, 비슷한 시기(1912~2017년) 우리나라는 1.8℃ 올랐다. 기온이 오를수록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도 커진다는 전문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전염병 고위험 지역인 셈이다.


안병옥 이사장은 “제2, 제3의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은 물론 코로나19보다 훨씬 큰 규모의 팬데믹이 올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자연계 변화가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역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손해·불편 감내하라.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없다”[1.5℃ 공포⑤]…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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