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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지구, 무엇이·어떻게 달라지나 [1.5℃ 공포②]


입력 2023.06.08 07:00 수정 2023.06.08 08:4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잦아지는 폭우·가뭄 ‘지구 온난화’ 탓

산업화 이후 10년마다 평균 0.2℃↑

2℃ 더 오르면 산호초 99% 소멸

10년마다 해빙 소멸…복원도 불가

기후변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없어지면서 북극곰들이 물개를 사냥할 사냥터가 좁아지고 있다. ⓒ뉴시스 기후변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없어지면서 북극곰들이 물개를 사냥할 사냥터가 좁아지고 있다. ⓒ뉴시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속출하면서 지구가 견디는 한계 기온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폭우와 폭설,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결국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결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세계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지구 한계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90여 개 국가가 기후협약을 맺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아래로 유지하자고 서약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에는 파리협정 때보다 기온 상승 저지 목표치를 낮췄다. 우리나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최종 승인했다. 보고서는 6000여 건에 달하는 전문가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현재 온난화 현황과 전망, 인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목표(1.5℃)를 설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은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약 1℃가량 지구 기온을 높여놨다. 1850~1900년 대비 2006~2015년 지구 평균온도는 0.87℃ 상승했다.


온도 상승 폭은 최근 인류 산업활동 가속화로 10년마다 평균 0.2℃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2018년)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하면 2030~2052년 사이 1.5℃를 넘기게 된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탄소배출총량(carbon budget)은 4200~5800억t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한 국가별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2030년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은 520~580억t에 이른다. 이는 1.5℃ 달성에 필요한 배출량(250~350억t)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이런 추세면 2100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1.5℃를 초과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하느냐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1.5℃ 오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거주지역 대부분에서 극한의 고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기온이 1.5℃ 오르면 고유 생태계와 인간계에는 ‘높은 위험’이 발생한다. 중위도의 폭염일(日) 온도가 3℃ 높아진다. 40℃를 넘나드는 날씨가 ‘예삿일’이 되는 것이다. 반면 고위도는 극한일 온도가 4.5℃ 상승한다.


산호초는 70~90%가 소멸한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산호초에 서식하고 있던 수많은 생물도 함께 사라진다. 육상 생태계는 곤충의 6%, 식물 8%, 척추동물 4%가 없어진다. 육지가 바다가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는 등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되는 면적이 지구 전체의 6.5%에 달한다.


지구 기온 변화에 따른 달라지는 자연 현상. ⓒIPCC 지구 기온 변화에 따른 달라지는 자연 현상. ⓒIPCC
해수면 1m 상승 때 몰디브·해운대 바다 밑으로


해수면은 0.26~0.77m 높아진다. 몰디브는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긴다. 우리나라도 일부 해안 도시는 사라진다. 김백민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해수면 수위가 80㎝에서 1m 상승하면 부산 해운대 등 상당수 해안가 도시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간 위험’ 정도 대규모 특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북극 해빙(海氷,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이 완전히 소멸하는 빈도는 100년에 한 번 정도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분출돼 각종 전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나마 1.5℃ 상승했을 때는 복원이 가능하다는 게 작은 위안 요소다.


2.0℃까지 오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고유 생태계와 인간계는 ‘매우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 중위도 폭염일 온도가 4℃ 오른다. 고위도 극한일 온도 역시 6℃ 상승한다. 상상조차 힘든 조건이다.


산호초는 99% 이상 소멸해 사실상 멸종에 가까워진다. 번갈아 닥쳐올 가뭄과 홍수에 빈곤·취약 인구는 최대 수억 명 증가한다. 물 부족 인구는 최대 50% 늘어난다.


곤충의 18%, 식물 16%, 척추동물 8%는 서식지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되는 면적은 13%에 이른다.


해수면은 최소 0.3m에서 최대 0.93m 높아진다. 이는 몰디브와 해운대 침수 우려를 넘어 1.5℃ 상승 때보다 1000만 명 이상 인구가 해수면 상승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 해빙은 10년에 한 번 소멸하며, 복원 자체가 어렵다. 남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산 손실도 불가피하다. 심지어 영국의 지구 과학 전문가 마티유 몰리그헴 박사는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 자전 속도마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해양생태계와 연안자원, 어업은 치명타를 입는다. 경제 활동 손실 차원을 넘어 인류 건강과 생계, 식량, 물, 안보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위기는 취약계층일수록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낮추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45%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는 인간이 산업활동으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돼야 한다.


UN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WMO는 지금의 일시적 상황으로 보면 1.5℃ 기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탈라스 총장은 “따뜻한 엘니뇨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엘니뇨가 인간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 기온을 미답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WMO의 경고 “5년 후 기후, 예측조차 못 한다” [1.5℃ 공포③]에서 계속됩니다.


녹아내린 빙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녹아내린 빙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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