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랑 합병하면 비싸지고 나쁜 거 아냐?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3.06.05 06:00  수정 2023.06.05 06:00

공정위 규제, 운임 외 수익성 개선으로 소비자 피해↓

인수 불발 시 소비자 규제 없는 독점이 더 큰 우려사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각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소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도 따른다. 독과점에 따른 항공료 인상과 서비스 질 하락,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률할 수 있는 권리) 감소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임 인상 제한과 서비스 품질 유지 조치, 경쟁환경 조성 등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장할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고, 시장 환경도 독점 폐해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로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장 많이 지적됐던 운임의 급격한 인상은 공정위 규제로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해주는 대가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해당 조건에는 독과점 해소를 위한 조치로 ‘운임 인상 제한’이 있다. 각 노선별·분기별·좌석 등급별 평균 운임을 2019년 운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을 금지한다. 국토교통부는 노선, 시기, 항공사별 실시간 시장운임 동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국제선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슬롯을 반납하게 되면 소비자 선택권도 줄어들게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입장은 다르다. 회사측은 “신규 항공사에 슬롯을 제공하는 것은 신규 진입 항공사가 경쟁할 기반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외 경쟁 당국이 기존 경쟁환경을 복원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시정 조치”라고 설명했다.


슬롯을 타사에 넘기게 돼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규 항공사의 진입으로 경쟁을 통한 소비자 권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측면도 공정위에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좌석 간격·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품질 유지, 항공마일리지 불리하게 변경 금지 등 조치를 내렸다.


공급 좌석 수 축소 금지 조치로 노선별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줄이는 것도 금지된다. 서비스 질 유지 조치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라운지 이용 등 소비자 제공 서비스의 주요한 내용과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일리지 통합도 2019년보다 불리하게 바꿀 수 없다.


양사는 기업결합 전에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공정위에 제출, 승인 뒤 시행된다. 대한항공은 상용고객 우대제도 통합으로 마일리지 적립·사용 다양화되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 안 해도 통합비용 부담 가능

대한항공은 양사 통합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운임 인상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전한 재무상태로 통합비용이 부담될 수준도 아니며 사업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21.2% 증가한 1조418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5조35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2% 증가했다. 지난해 부채비율도 전년 660.6%에서 288.5%로 400%P 가까이 감소하며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수익 제고 방안으로는 중복노선 효율화, 연결편 강화, 조인트벤처(JV)효과 증대 등이 있다. 비용 측면에서는 시설과 인력, 항공기재, 터미널, 판매조직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 및 이로 인한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자 등 금융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독과점 문제는 국내만 아니라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대한항공

인천공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슬롯 점유율은 약 40% 미만으로 아시아, 유럽, 미국 등 타 글로벌 항공사들의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에 비해 낮은 편이다. 델타항공의 애틀란타 공항 슬롯 점유율은 79%, 아메리칸 항공의 댈러스 공항 슬롯 점유율은 85%, 루프트한자의 프랑크푸르트 공항 슬롯 점유율은 67%다.


우기홍 대한한공 사장은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항공시장은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운데 특정 항공사가 독과점으로 초과이윤을 누리면, 다른 항공사들이 진입해 공급력 증대된다”며 “항공시장에서 독과점에 따른 초과이윤은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항공시장은 소비자의 선택 폭 매우 광범위해 통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글로벌 항공시장을 볼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해도 점유율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독과점 우려는 거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에 국한해서 보면 한국 내 대형항공사가 한 곳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독점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지만 글로벌 관점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성도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여객·화물 운송 실적 기준 두 항공사가 합쳐지더라도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대한항공보다 큰 메이저 해외 항공사들 중에서 저렴한 운임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있어 이런 항공사들의 진입으로 경쟁환경은 유지되고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인수하는게 소비자에게도 더 이득될 것

대한항공은 합병될 시 소비자와 항공사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양사 통합 후 운항시간대 재구성 시, 현재와 동일한 공급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소요 대수가 약 10% 절감돼 효율성 제고가 가능하다. 여력 기재 활용해 기존 노선 이외의 신규 목적지 취항, 스케줄 다양화를 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 증대가 가능하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우기홍 사장은 “통합 시 인천공항이 동북아 지역 중심 허브공항으로 성장·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의 완전 회복을 가정할 경우 추산 시너지 효과는 연간 3000억에서 4000억원 정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기홍 사장은 통합 시까지 적지 않은 통합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통합 후 약 2년 이후부터 본격적 플러스 효과 날 것으로 바라봤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시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도산하게 되면 그때야말로 대한항공의 브레이크 없는 독점이 시작될 수 있다. 과거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큰 규모의 부채에 포기한 일이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공중분해가 된다면 대한항공이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돼 소비자들에겐 더 불이익이 되는 독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병 시 소비자들이 얻는 안전, 시간대 다양화 등 이점들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황용식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재무적 어려움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가 어려울 수 있지만 대한항공이 인수하게 되면 기업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안전에 더 신경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양사의 합병이 소비자들 입장에서 다양한 노선 확대가 될 것”이라며 “실제로 뉴욕 또는 LA구간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상 시간대가 비슷해 선택권이 많은 게 아니다. 슬롯 반납으로 다른 항공사가 가져가게 되면 시간대가 다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