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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돈 못 받기도 해”…우후죽순 1인 출판사가 남긴 또 다른 숙제 [1인 출판 시대③]


입력 2023.06.04 11:18 수정 2023.06.04 11:1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표준계약서 만들어 지급일 등 명시 필요…

최소한의 생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해”

“사람들이 대형 출판사라고 알고 있는 곳들도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 거기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의 숫자는 더 적다. 출판계 상황이 워낙 어렵다 보니, 규모를 줄여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듯 중, 소규모 출판사들의 비율이 압도적인 업계이다 보니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는 굉장히 많다. 그런데 반대로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한 출판인이 최근 출판노동인들의 근로 환경 문제가 거듭 대두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출판사는 규모를 점점 줄이고, 최근에는 1인 출판사들까지 거듭 생겨나면서 외주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그럼에도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프리랜서들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뉴시스 ⓒ뉴시스

물론 1인 출판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프리랜서가 언급했듯이 출판계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예외인 5인 미만 사업장이 넘쳐나면서 피해를 입는 프리랜서들, 그리고 그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프리랜서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출판 프리랜서는 1인 출판사와 함께 일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돈을 아예 못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1인 출판사와 일을 할 때도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애초에 영세한 곳이라 비용 자체가 크지 않은데, 거기에 출간 이후 비용을 지급하려고 하는 곳들이 많다. 일이 끝나면 받는 것이 원칙인데, 워낙 사정이 어렵다 보니 그런 식으로 계약을 한다. 물론 이러한 계약 역시 1인 출판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1인 출판사들의 경우 출간이 밀리거나 또는 아예 취소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돈을 아예 못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소송을 걸면 받을 수는 있겠지만 애초에 비용 자체가 크지 않은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으로 다들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대응이 쉽지 않은 환경에 대해서도 짚었다.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출판노동유니온은 또한 “명백한 임금 체불이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을’의 입장이란 이유로 많은 날들을 참아왔다”면서 “그러나 이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지급일 등을 명시하고 외주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 과정 자체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초래하는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한 프리랜서는 “1인 출판사로부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얼마나 시간이 들어가는지, 또 디자인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몰라서 한 제안이라 생각하고 그냥 거절하는 것에 그쳤지만, 그 정도의 이해도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더라”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뒷받침이 될 필요가 있다. 출판노동유니온은 “현재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외주 노동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 현장에서 문체부 관계자들로부터 출판노조가 약속을 받아낸 사항이다. 연내에 표준계약서가 마련될 것이며, 이는 외주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 노동자들이 직접 뭉쳐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출판노동조합협의회 등 이 같은 장이 마련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프리랜서들의 참여도가 낮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프리랜서는 “아무래도 프리랜서들은 출판 관련 업무에만 몰두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여러 개의 일을 함께 소화하다 보면, 노조 가입이나 이런 것들은 꿈꾸기가 힘들다. 또 출판사에 소속된 직원들조차도 근로 환경에 대해선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데, 우리의 목소리까지 닿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프리랜서들이 모여 진짜 우리들의 고충을 논의하고, 이를 전달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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