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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부터 언급 ·재능기부 요구…팬에게도 필요한 ‘선’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3.05.28 07:01 수정 2023.05.28 07: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김태리, 영상 자막 제작자 재능기부로 구인 원해 논란

스타가 팬을 향해 선 넘는 요구를 해 빈축을 사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물론 논란을 빚은 스타들 또한 ‘팬심’을 악용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스타들 또한 팬들의 순수하고, 또 간절한 마음을 고려해 더욱 사려 깊은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최근 배우 김태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번역해 자막으로 만들어줄 자막 제작자를 구인하던 중 논란을 빚었다. 구인 조건에 대해 “이 프로젝트는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곳에 양식을 채워주시면 저희 팀이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설명했고, 이에 적절한 보수 지급 없이 노동자를 구하는 것에 비난이 이어진 것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태리를 향한, 혹은 해당 콘텐츠를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재능기부’를 원하는 팬이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이를 김태리가 먼저 요구하고 나선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김태리가 직접 ”저와 팬분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완성해 본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만 집중하게 돼 마음이 앞선 행동을 했다”고 의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있어 조심성 있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명백히 제 생각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앞서는 그룹 엑소 백현이 팬들을 대상으로 ‘양말 공구(공동구매)’를 진행했다가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한 팬이 SNS를 통해 백현에게 “양말이 좋아 보인다”며 정보를 물었고, 이에 백현 또한 “100개 샀다. 정보는 모르지만 쫀쫀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같은 대화가 오가던 중 또 다른 팬이 공구를 제안했고, 백현이 이에 응한 것. 이후 백현이 지난 19일 “예상 물량 체크 중”이라며 본격적으로 공구를 준비 중임을 알렸었다.


이 외에도 소속사가 백현이 직접 기획한 인형 ‘터래기’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는 상황이 맞물렸고, 일부 팬이 터래기의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팬들에게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백현은 팬 커뮤니티를 통해 “나 팬들 이용해서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다”라며 “아메리카노도 판매할 때 제발 예전 굿즈들처럼 터무니없는 가격 말고 합리적인 가격 좀 제시하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양말 공구도 갑자기 얘기가 나온 거라 ‘오 내가 좋아하는 양말 팬들도 싸게 사면 좋겠다’ 싶었다”고 공구 의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양말회사에서 돈 받는 거 하나 없어도 되니까 가격을 제일 깎아달라고 했다”고 수익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나는 그냥 팬들이랑 노는 게 좋을 뿐이다. 그게 제일 행복한 순간이고 내가 진심을 다해 웃는 순간인데, 누군가가 다른 색으로 덮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백현의 말처럼, 팬심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수익’이 걸린 문제인 만큼 조심스레 다가갔어야 했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았다.


이 같은 논란이 연이어 불거진 것은 최근 달라진 팬덤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때는 스타를 향한 무한 애정을 쏟으면서, 그들의 흠도 감싸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스타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조공’이라 불리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팬들의 나이대가 다소 어린 아이돌 팬덤에서도 값비싼 선물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건강한 팬덤 문화’를 위해선 조공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혹은 스타를 향한 선물이 아닌,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방향을 조금 달리해 의미를 남기는 흐름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 통해 탄생한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데뷔 조를 꾸린 뒤 첫 게시글로 ‘팬레터 및 서포트 신청 안내’ 글을 게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서포트를 직접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멤버들에게 어떤 선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글을 게재하면서 ‘서포트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공지글은 물론, 김태리·백현처럼 SNS 통해 팬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팬들에겐 반갑고 감사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통에도 필요한 ‘선’이 있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팬덤 문화가 달라졌음은 물론, 순수한 팬의 마음을 대하는 일인 만큼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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