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부실채권 20년 만에 최대…부동산PF '시한폭탄'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5.25 06:00  수정 2023.05.25 06:00

고정이하여신 3조 육박…전년比 24%↑

고금리 충격파에 2금융권 위기 가시화

금융 리스크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캐피탈사가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3조원에 육박하며 20년 만에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파가 본격화하면서 제2금융권을 둘러싼 리스크 우려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모양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균열이 일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캐피탈업계의 부실을 터뜨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할부·리스사 등 국내 51개 캐피탈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총 2조803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3.7% 늘며, 2022년 말(3조6386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캐피탈사별로 보면 우선 현대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이 739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9% 증가하며 가장 많았다. KB캐피탈 역시 2947억원으로, 롯데캐피탈도 2828억원으로 각각 42.0%와 18.4%씩 늘며 해당 금액이 2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이밖에 ▲우리금융캐피탈(1378억원)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1287억원) ▲한국투자캐피탈(1154억원) ▲JB우리캐피탈(1143억원) 등의 고정이하여신이 1000억원을 웃돌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고정이하여신 규모 상위 10개 캐피탈사.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단순 액수뿐 아니라 전체 여신 사업의 파이와 비교한 부실 비중으로 봐도 상황은 악화됐다. 조사 대상 캐피탈사들의 총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59%로 1년 전보다 0.19%포인트(p) 올랐다.


자산 규모 기준 상위 10대 캐피탈사 중에서는 롯데캐피탈의 이 같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94%로 제일 높았다. 이어 현대캐피탈의 해당 수치도 2.24%로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나머지 캐피탈사들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KB캐피탈 1.52% ▲우리금융캐피탈 1.20% ▲메리츠캐피탈 1.13% ▲NH농협캐피탈 1.11% ▲현대커머셜 1.08% ▲하나캐피탈 0.50% ▲신한캐피탈 0.42% ▲산은캐피탈 0.35% 등 순이었다.


더욱 문제는 이처럼 부실채권 위험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수준은 오히려 전보다 못해졌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캐피탈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37.9%로 10.4%p 낮아졌다.


캐피탈사의 대출에 부실 조짐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고금리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그 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1금융권 은행에 비해 리스크가 큰 2금융권 캐피탈사가 보다 앞서 위기를 맞닥뜨리는 분위기다.


그보다 큰 아킬레스건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캐피탈업계가 부동산 PF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받아 왔다는 점은 더욱 걱정거리다. 그 만큼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클 수 있어서다. 캐피탈사도 부동산 PF 대출이 여신성 자산의 30%를 넘기면 안 된다는 제한이 있지만,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자기자본 20% 룰이나 100억원 대출 제한 등의 규제는 받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캐피탈업계도 부동산 PF를 많이 확장해 둔 상황"이라며 "특히 본 PF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큰 브릿지론을 캐피탈사들이 많이 맡아 왔다는 점은 여신 관리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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