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사이익 기대했던 정유·해운·방산주 하락
비용 증대 우려 덜어낸 항공주 모처럼 우상향
"방산주는 실적 가시성 기대…중동 국가들과의 무기체계 계약 협상 빨라질 것"
"밸류에이션 올라 시장이 단기적으로 조정 받을 만 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가 뜨겁게 호응했다. 코스피 지수는 3년 9개월 만에 3100선을 돌파했고, 코스닥 지수는 11개월 만에 800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모든 지표가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며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국내 증시에 몰아친 훈풍은 중동 휴전이 가져온 결과인데, 물론 종목별 희비는 엇갈렸다. 전쟁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정유·해운·방산주는 주저 앉았고, 비용 증대 우려가 사라진 항공주는 모처럼 우상향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07% 오른 2만3450원에 장을 마쳤다.
에어부산(6.78%), 티웨이항공(5.46%), 진에어(5.49%), 제주항공(4.58%), 아시아나항공(3.24%)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정세 불확실성으로 급등했던 환율 및 국제유가가 하락 전환하자 관련 수혜주로 주목 받은 것이다.
외국인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시총 상위 업종인 반도체주와 2차전지주도 급등했다. 장중 신고가(28만3000원)를 경신한 SK하이닉스는 7.32% 오른 27만8500원에 장을 마쳤고, 삼성전자는 '6만전자(6만500원)'에 복귀했다.
최근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에코프로(14.12%), 에코프로비엠(6.05%), 삼성SDI(4.43%), 포스코퓨처엠(2.70%), LG에너지솔루션(2.21%) 등 2차전지주도 상승 마감했다.
삼성증권은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자 시총 상위 업종인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가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중동사태가 실적 개선 '기회'로 여겨지던 종목들은 일제히 우하향했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이 정유주였다. 중앙에너비스(-29.92%), 흥구석유(-29.69%), 한국ANKOR유전(-28.53%) 등은 전날 중동 상황 악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휴전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해운주도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15.48% 상승했던 흥아해운이 20.04% 급락했고, 대한해운(-4.39%)과 HMM(-3.18%) 등도 내렸다. 봉쇄 여파로 우회로를 택할 경우 해상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휴전 소식으로 녹아내린 셈이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온 방산주도 이날 일제히 주저앉았다. 구체적으론 LIG넥스원(-12.06%), 풍산(-7.94%), 현대로템(-6.54%), 한화에어로스페이스(-2.61%) 등이 하락 마감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발 수요에 탄력이 붙어 향후 실적 가시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과 안보위협이 높아져 중동 국가들과 진행 중인 무기체계 계약 협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3000피' 진입 후 2거래일 만에 3100선까지 돌파한 만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데다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수 있는 만큼, '조정 이후 재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수연·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회전율, 신용, 개인 거래비중 등 모든 지표가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올라 시장이 단기적으로 조정 받을 만 하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경기가 밋밋하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주들의 실적 가시성도 낮아졌다"며 "주식을 팔아 수익을 확보하고 2분기 실적 발표 후 조정 받은 주도 업종을 다시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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