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임박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진출 티켓을 두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남미 축구 양대산맥의 자존심을 건 ´축구전쟁´을 벌인다.
세계축구에서도 익히 잘 알려진 ´영원한 라이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이징 노동운동장서 열리는 4강전을 통해 정면충돌한다.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고, 명성대로 4연승을 달리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이들의 만남은 사실상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다. 특히, 양 팀의 A매치 전적이 93전 35승24무34패로 브라질이 1승 앞선 상황이다. 2004년과 2007년 코파아메리카,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브라질이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영원한 강자가 없는 토너먼트 특성상 상대 전적은 큰 의미가 없다. 브라질이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은2/동1)과 인연이 없다는 점과 아르헨티나가 올림픽 2연패(금1/은2)를 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막상막하의 팀들끼리 격돌하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가 펼쳐졌던 축구사처럼 어느 팀이 맞수를 꺾고 결승에 오를지 장담할 수 없다.
´11득점 무실점´ 브라질 공수 완벽
브라질의 이번 올림픽 전적이 예사롭지 않다. 본선에서 벨기에, 뉴질랜드, 중국을 상대로 3경기에서 9골을 몰아쳤고,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공수가 안정되어 있다. 8강 카메룬전서 연장 끝에 하파엘 소비스(레알 베티스)와 마르셀로(레알 마드리드)가 골을 성공시키고 2-0 완승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올림픽 무대에서 ‘11득점 무실점’의 경이적인 기록을 쓰고 있는 브라질은 최강의 공격력과 끈끈한 수비력을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목할 만한 것은 11골 중 10골이 후반(8골)과 연장(2골)서 터져 나온 것. 조커였던 하파엘은 경기 막판 2골을 터뜨리며 주전이었던 알렉산더 파투를 제치고 일약 주전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많은 골을 터뜨린 브라질은 한 골잡이의 득점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득점루트를 다양화시켜 8명의 선수가 11골을 합작했다(상대팀 자책골 포함).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하파엘과 디아고 네베스(플루미넨세), 그리고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에서 극심하게 부진했던 호나우지뉴(AC밀란)가 2골에 그칠 정도로 공격이 고루 분산돼 있다.
´레핑야-알렉스 실바-에르난데스-마르셀로´로 짜인 포백의 무결점 수비도 브라질 4강 진출에 한 몫을 했다. 이들은 한 몸처럼 짜여진 견고한 수비를 앞세워 상대팀에 단 한 번의 실점도 용납하지 않았다. 특히 왼쪽 풀백 마르셀로는 파괴적인 오버래핑을 앞세워 골 까지 엮어내는 선수로서 공수전환에 빨라 아르헨티나로서는 경계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이다.
리켈메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꺾고 ´올림픽 2연패´ 굳히기?
반면 아르헨티나는 코트디부아르, 호주, 세르비아, 네덜란드전에서 7득점 2실점, 기록상으로는 브라질에 다소 뒤진다.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세르지오 바티스타 감독의 안정 지향적인 축구 스타일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힘을 소비하지 않는 전력을 발휘했던 것.
아르헨티나 공격 핵심은 4-3-3 전형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주니어스)가 주인공이다. 리켈메는 ´파레야-마스체라노´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두꺼운 수비에 힘을 얻어 중원에서의 쉴 틈 없는 공격 연결과 상대팀 수비망을 한 꺼풀씩 벗겨내는 기술력을 앞세워 ´와일드카드´의 진수를 발휘하고 있다. 그의 공격력에 힘을 얻은 ´라베찌-아게로-메시´의 3톱은 원활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물론 아르헨티나도 브라질처럼 많은 골을 터뜨리는 골잡이가 없다.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8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조국의 금메달을 일궜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에세키엘 라베찌(나폴리)와 메시가 2골을 터뜨린 것이 아르헨티나의 개인 최다득점이다. 최전방 공격수 세르지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아직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이 흠.
아르헨티나 수비 특징은 전통적으로 상대팀 공격수를 악착같이 따라붙어 심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가라이-몬손-사발레타-가고´로 짜인 포백은 상대팀의 공격 방향을 먼저 선점해 끈끈한 수비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다. 홀딩맨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는 ´마지우개´라는 별명처럼 거친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조용하게 잠재우는 성향의 미드필더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자랑하는 브라질 공격이 아르헨티나의 터프한 수비를 넘어설지 관심사다.
´빅뱅´ 호나우지뉴vs메시, 남미 최고의 ´축구천재´ 가리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대결만큼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대결이 ‘호나우지뉴vs메시’의 배틀이다. 지난 시즌까지 바르셀로나의 ´REM 3톱(앙리 이적 전)´과 ´판타스틱4(앙리 이적 후)´를 형성해 소속팀의 파상적인 공격을 이끌었고, 2005/06시즌에는 더블 달성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호나우지뉴가 AC밀란으로 이적, 관계는 자연스럽게 동료에서 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A매치에서 호나우지뉴와 메시가 대결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 올림픽 4강전은 두 선수의 소속팀이 갈라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결이다. 무엇보다 두 선수가 양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어느 축구 천재가 맹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호나우지뉴는 브라질 축구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위해 와일드카드로 베이징에 입성했다. 전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그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소속팀 AC밀란이 그것을 수용하면서 올림픽 그라운드를 휘저을 수 있게 됐다.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제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 올림픽 2연패를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둘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호나우지뉴는 뉴질랜드전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5-0 승리를 도왔고, 팀의 주장으로서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며 브라질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메시는 코트디부아르와 네덜란드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었으며 네덜란드와의 연장전에서는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의 결승골을 도우며 아르헨티나 공격력에 힘을 실어줬다.
메시의 공격 파트너인 아게로는 지난해 캐나다 U-20 월드컵에서 득점왕과 MVP, 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며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파투를 꺾은 경험이 있다. 최근 파투가 주전에서 밀리며 두 영건의 대결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아게로 역시 무득점에 그치고 있어 이번 준결승전은 이들에게 있어 설욕의 무대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리버풀의 중앙 미드필더를 맡는 루카스 레예바와 마스체라노의 대결도 놓칠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예상 BEST 11
-브라질(4-4-2)-
GK : 12. 레난(인터나시오날)
DF : 2. 하핑야(살케) 3. 알렉스 실바(상파울루) 5. 에르난데스(상파울루) 6. 마르셀로(레알 마드리드)
MF : 7. 안데르손 올리베이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8. 루카스 레예바(리버풀) 14. 브레누(바이에른 뮌헨) 15. 디아고 네베스(플루미넨세)
FW : 17. 하파엘 소비스(레알 베티스) 10. 호나우지뉴(AC밀란, 주장)
-아르헨티나(4-3-3)-
GK : 1. 오스카르 우스타리(헤타페)
DF : 2. 에세키엘 가라이(레알 마드리드) 3. 루시나오 몬손(보카 주니어스) 4. 파블로 사발레타(에스파뇰) 5. 페르난도 가고(레알 마드리드)
MF : 10.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주니어스, 주장) 12. 니콜라스 파레야(안더레흐트) 14.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
FW : 9. 에시키엘 라베찌(나폴리) 16. 세르지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5.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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