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대신 집토끼 공략’ 향토 주류기업, 실적 반등 성공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04.27 06:49  수정 2023.04.27 06:49

5대 지역 소주업체 매출 10%, 영업익 2.5배 급증

“수도권 사실상 과점시장, 지역 주류 진입 어려워”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소주를 꺼내고 있다.ⓒ뉴시스

향토 주류기업이 작년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년간 공을 들여온 수도권 공략 대신 지역 발판을 탄탄하게 다지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학, 보해양조, 금복주,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등 5대 지역 주류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5대 기업의 작년 총 매출액은 4146억원으로 전년 3768억원과 비교해 10.0%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6억원에서 398억원으로 2.5배 이상 급증했다.


무학의 경우 4억원 영업손실에서 163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고, 대선주조는 55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약 두 배 늘었다. 5개 기업 가운데 보해양조를 제외하고 4개 기업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주요 향토 주류기업의 2021~2022년 실적 추이.ⓒ각사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업계에서는 엔데믹 전환과 더불어 수도권 대신 생산 기반이 있는 해당 지역에 다시 눈을 돌린 전략이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주조의 경우 광고선전비는 2021년 49억원에서 2022년 31억원으로 36.7%, 판촉비 67억원에서 59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맥키스컴퍼니의 판촉비 약 5억8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작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시작으로 엔데믹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야외활동을 비롯해 회식, 지역축제 등이 재개된 점이 매출 회복의 배경이 됐다.


여기에 주요 기업들의 수도권 공략이 주춤해지면서 수익성 또한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지역 주류업체들은 수도권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 이른바 전국구 소주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역 텃밭이 위협받자 역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일부는 지역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도권 진출에 나서기도 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채널과 식당, 주점 등 외식업체 입점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야 하지만 지역에 비해 시장 규모가 커 일정 부분만 확보해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서울에 별도 영업사무소를 개설하고 영업사원을 확대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적었던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참이슬의 소주 점유율만 70%, 처음처럼까지 가세하면 80%가 넘는 만큼 사실상 과점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 3년 간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진로, 새로 등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신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이들의 전국구 점유율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2019년 출시한 하이트진로 ‘진로’의 경우 지난 10일 기준 누적판매 15억병을 돌파했다. 1초에 12병꼴로 판매된 것으로 유흥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지난 1년간(2022년 5월~2023년 4월) 진로의 유흥 채널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5개 주요 기업들 모두 10년 전에 비해 매출 규모는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한 때는 해당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향토 주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층에서 젊은층으로 핵심 소비층이 이동하고 지역 보다는 기호가 주류 선택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장 흐름이 바뀌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역 소주업체들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비용을 많이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마트, 편의점 같은 유통채널은 본사를 통해 입점을 하면 되지만 식당, 주점은 일대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력을 높이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현재는 일부 기업만 빼고 수도권 담당 인력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영업비용이 줄면서 매출에 비해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 같다. 최근에는 저도주나 제로 슈거 신제품, 리뉴얼 등으로 젊은층 고객 잡기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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