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라 레일리' 채널 운영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레일리는 뉴질랜드에서 아이 둘과 함께 살고 있는 싱글맘이다. 10년 전 워킹홀리데이로 찾은 이 곳에 결혼식을 올리고 정착했지만, 현재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서 아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뉴질랜드에서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굳세라 레일리'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뉴질랜드에서의 삶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전 남편과 이혼 후 연고지가 아닌 이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싱글맘에 대한 편견이 없는 이 곳이 더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을 것이란 생각에 정착했다.
"사실 주변에 제 상황을 알리기 겁이 났어요. 한국에 가족들과 지인들이 모두 있어 돌아가고 싶었지만, 뉴질랜드에서 싱글맘으로 사는 게 조금 더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마음 먹고도 힘든 날이 많았는데 주변에 조언해 주신 싱글맘 한 분이 계셨어요. 그 분에게 제가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나도 남들에게 위로가 되거나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굳세라 레일리'를 만들었어요."
레일리가 보여주고 싶은 건 싱글맘으로서의 경험과 회계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뉴질랜드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뉴질랜드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나라이지만, 생활비가 높다는 점이 어렵기도 해요. 또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서는 더욱 많은 도전이 있지만, 그만큼 아이와 함께 보내는 소중한 순간들도 많아요. 이런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같은 상황에서 고민하는 싱글맘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요. 솔직히 아직 한국은 싱글맘의 삶을 다 오픈하고 살긴 힘든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한국이 살기 더 힘들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이렇게 다르고 좋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저 싱글맘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시 진로를 고민해야 했다. 뉴질랜드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며 직업을 찾으려 노력한 끝에 회계사가 자신과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에서 아이를 키우며 고립돼 지냈어요. 영어도 못했고 아이만 키우다 보니 제가 뭘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1년 동안 내가 뭐가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했죠. 그래서 나온 답이 회계사였어요. 생각해보니 과거에도 적성검사를 하면 늘 회계사가 나오곤 했어요."
뉴질랜드에서 대학생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처음 뉴질랜드에서 주문조차 영어로 못했던 레일리였지만, 현재는 대학교에서 톱클래스 성적을 유지 중이다.
"한국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과정이 힘든데 뉴질랜드는 입학은 생각보다 쉬워요. 그런데 졸업하기 너무 어려워요.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새벽 2시 이전에는 자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을 케어하고 따로 공부까지 해야 하니까요. 공부하는 과정은 물론, 향후 영어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까지 공유해 볼 생각입니다."
채널이 크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반응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영상 아래 달린 댓글이 달릴 때마다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낀다.
"제 콘텐츠는 2~30대 연령대 분들이 많이 보시더라고요. 한 싱글맘이 영상을 보고 힘을 받았다고 글을 남겨주셨더라고요. 사실 유튜브에서 싱글맘이라도 굳이 오픈하지 않고 뉴질랜드에서의 삶만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그냥 저를 보고 누군가 힐링이 된다면 좋겠어요. 그게 저에게 또 다른 힘이 되고요."
육아와 공부로 꽉 찬 일상 속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은 레일리에게 힐링이다. 구독자를 많이 모아야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다고.
"영상 한 편 만드는데 1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 제가 학창 시절 때 방송반이었는데 그 때 편집하고 동영상을 만드는 게 쉼터였어요. 지금도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짬짬이 편집을 해요. 영상을 편집하면서 아이들의 놓친 순간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즐거워요. 아이들과의 모습을 남기는 게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처음에는 무작정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에게도 값진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의 말에 조금 더 집중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회계학을 전공한 후, 국제 자격증까지 따야 회계사가 될 수 있다. 대학 3년 과정 2학년이기에 최소 5년이 소요되는 계획이다. 레일리는 취업을 하는 과정까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같은 장수 드라마처럼 영상을 남겨놓으려 한다.
"싱글맘이 뭐가 잘났다고 생활을 오픈하냐고 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함께 이뤄나가는 과정을 통해 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모두가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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