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에 ‘영끌족’ 숨통?…못 버틴 아파트는 경매 속출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3.04.24 06:39  수정 2023.04.24 10:07

3월 아파트 신규 경매 건수, 한 달 만에 급증

“주담대 1년 만에 연 3%대로, 기존 대출자들은 체감 어려워”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전월 1652건 대비 48.3% 증가한 2450건이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2연속 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수억원대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했던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한 사람)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은행이자를 갚지 못한 영끌족들의 물건이 경매시장에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24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전월 1652건 대비 48.3% 증가한 245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15건과 비교하면 73.1%나 늘었다.


특히 새로 유입된 경매 물건이 크게 늘었다. 올해 1월과 2월 전국 아파트 신규 경매 건수는 각각 698건, 743건이었는데 3월은 1193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만에 450건(60.5%) 급증했다.


경매시장에 물건은 늘었지만, 낙찰되는 물건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29.2%로 전월 33.1%에 비해 3.9%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74.6%)보다 0.5%포인트 상승한 75.1%를 기록했고, 평균 응찰자 수는 0.5명 줄어든 7.5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전월(36.1%)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33.1%였다. 낙찰가율도 전월(79.8%)에 비해 0.8%포인트 낮은 79.0%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월(8.0명)보다 2.6명 감소한 5.4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률은 전월(37.9%)보다 7.6%포인트 낮아진 30.3%로 집계됐다.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에 응찰자가 다수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전월(71.9%)보다 2.3%포인트 오른 74.2%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률 하락으로 유찰된 아파트가 쌓이는 탓도 있지만,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 건수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과 함께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금리 동결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1년 만에 연 3%대로 내려왔으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하는 주담대 금리(혼합형)는 연 3.64~5.82%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에 최근 집값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자 부담은 늘어나면서 버티지 못하는 영끌족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3%대 금리는 신규 대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거고, 기존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를 체감하는 데 아직 시간이 더 소요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기준금리 변동성이 계속 남아있는데다 집값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버티지 못하는 영끌족들의 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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