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3명 목숨 앗아간 '경제살인마' 60대 건축왕 [뉴스속인물]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04.19 05:07  수정 2023.04.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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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세사기 피해 30대 여성 극단적선택…유서에 경제적 어려움 호소, 벌써 3번째

60대 건축업자, 공범 60명과 조직적 범행…피해자 700여명, 피해금 500억원

나홀로 아파트·저층빌라 신축→담보로 주택담보대출 및 보증금 챙겨→또다시 공동주택 신축 반복

검찰 "피해 복구되지 않으면 경제적 살인…엄중한 처벌 받도록 할 것"

1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전세사기 수사 대상 아파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뉴시스

일명 '건축왕'으로 불리는 60대건축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왕 피해자가 사망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사건의 주범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가 70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축왕'의 정체와 범행수법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7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박모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지인에게 발견됐다가 병원 이송 중 숨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된 쪽지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2019년 9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A씨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박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렸다. 이후 박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지난해 6월 경매에 넘어갔다.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 변제금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박씨 보증금은 기준 금액을 넘었고, 변제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범죄 혐의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은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앞서 지난 2월 28일 30대 남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겨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20대 남성 B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 A씨가 미추홀구 일대에 직접 지은 빌라나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A씨에게 전세 보증금 7000~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 개요.ⓒ데일리안DB
건축왕, 2009년부터 임대사업 시작…'바지 임대인' 앞세워 범행 저질러
빌라 담보로 주택담보 대출 받아…세입자에 전세 내주고 보증금 챙겨


A씨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임대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세입자들에게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바지 임대인'에게 계약을 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바지 임대인 뒤에 숨은 A씨는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인 뒤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1~2개 동만 짓는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나 저층빌라를 신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나 빌라가 준공되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고, 동시에 전세를 놓아 보증금도 챙겼다.


A씨는 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모아 또다시 공동주택을 신축했다. 이런 방법으로 A씨가 늘린 아파트·빌라·오피스텔은 확인된 것만 2천708채에 달한다. 공인중개사들도 A씨의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이들은 월급 200만~500만원과 함께 실적에 따라 성과급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매달 부담해야하는 은행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A씨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아파트와 빌라가 경매에 넘어갔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이렇듯 A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700여명이며, 피해금은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속상태인 A씨는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과 함께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전세사기 사건으로 이미 기소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범 51명도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도 조만간 검찰에 송치될 전망이다.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A씨와 일당이 보유한 재산 일부를 동결하기 위한 추징보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A씨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 증언 등을 양형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며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살인' 사건으로 규정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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