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석 있어도…시야, 예매 문제 등 어려움 이어져
“영화관에 휠체어석이 있어 예매를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러 갔더니 상영관 입구가 계단으로만 돼 있더라. 휠체어석을 만들어 놓은 이유가 대체 뭘까 궁금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대학생 위유진 씨가 전한 영화관 방문 경험담이다. 상영관 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좌석을 마련만 해 뒀을 뿐, 그들이 해당 시설을 얼마나 잘, 그리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어렵게 휠체어석에 앉아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다수의 휠체어석 이용 경험자들은 “시야에 문제가 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화관 내 휠체어석의 대부분이 맨 앞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드물게 맨 뒷자리에 휠체어석이 마련된 상영관도 있지만, 그 숫자는 적다는 지적이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상영관 3004개 중 장애인 좌석이 설치된 2395개 상영관을 대상으로 지난 2021년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CGV는 장애인 좌석 2487석 중 1784(71.7%)이 맨 앞줄에 설치됐으며, 롯데시네마는 2328석 중 1670석(71.7%), 메가박스는 1395석 중 1067석(76.5%)이었다. 장애인 좌석 10석 중 7석은 맨 앞줄에 설치된 셈이다.
공연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관과는 반대로 맨 앞줄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무대를 관람하기에 좋지만, 공연장에서는 주로 맨 뒷줄에 휠체어석이 배치돼 있다. 앞서 영화관 이용의 어려움을 밝혔던 위유진 씨는 “공연장은 구역이 많지 않나. 그런데 내가 중간에서 보고 싶거나 혹은 왼쪽, 또는 오른쪽에서 보고 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전혀 없다. 시야 문제는 영화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공연장의 경우,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다. 다수의 휠체어석 이용 희망자들의 또 하나 공통적으로 꼽은 어려움은 ‘예매의 어려움’이다.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장애인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화 이사장은 “대부분의 공연장들은 전화로 휠체어석 예매를 따로 받는다. 그런데 예매 창구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전화 연결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갖춰져 있다면 다행이다. 홍 이사장에 따르면 일부 공연들은 일반 예매로 진행한 이후 현장에서 휠체어석으로 변경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경우 보호자와 함께 동반해야 하는 휠체어 이용자들은 예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화 예매를 하며 발생하는 수수료에 대한 부당함도 지적됐다. 위유진 씨는 “한 예매 사이트에서는 전화 예매를 할 때 1000원의 수수료를 받더라. 전화 예매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수수료를 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 대한 수수료인지 궁금하다”라고 수수료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휠체어 이용자만이 아닌, 시각·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 또는 자막, 음성해설 등 여러 측면에서 ‘배리어 프리’(장애인들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가 이뤄져야 진짜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시각·청각 장애인들이 지난 2016년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3사를 상대로 ‘배리어 프리 기능을 도입해 달라’며 제기한 차별구제 소송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2021년 11월 2심 판결에서 법원이 300석 이상 좌석수를 가진 영화관은 전체 상영 횟수의 3%를 ‘배리어프리 영화’로 제공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현실 적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인 것.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음성 해설 등을 제공하는 공연도 드문 상황이다.
홍 이사장은 “청각 장애인 또는 시각장애인 분들도 공연장에서 분위기를 느끼며 즐기고 싶어하신다. 그러나 아직 수어 통역이나 음성해설과 같은 지원들이 이뤄지는 공연은 드물다. 이러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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