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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의 '文 전언'…"李 대안 없어" vs "결단해야" 진실공방 가열


입력 2023.03.20 10:27 수정 2023.03.20 13:05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박지원-박용진, 文 메시지 각각 전해

이재명 거취 관련 정반대 해석 나와

논란에 박용진 "李 언급 없었다" 반박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당 지도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당 지도부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거취와 관련해 언급했다는 민주당 인사들의 전언을 두고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친명계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할 것을 주문했다는 이른바 '이재명 대체불가론' 메시지로, 비명계는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재명 사퇴론' 메시지로, 양측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이른바 '문심(文心)'에 대한 진실공방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을 지난 17일 YTN라디오에서 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지원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현재 민주당이 단합해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를 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의 언급만 놓고 보면,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체불가론'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자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특히 "우리가 뭐 문 전 대통령 꼬붕(부하)이냐.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대로 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라며 "이 대표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건 문 전 대통령 판단인데 그런 얘기를 그렇게 막 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언 진실공방은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이 문 전 대통령 예방한 사실을 밝히면서 확전됐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19일 SNS에 이틀 전 경남 양산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고 설명하며 "대통령은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주셨다"며 '결단'에 방점을 찍었다.


문 전 대통령이 박용진 의원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을 주문했다는 메시지는 곧 '이재명 사퇴론'으로 연결돼 해석되고 있다. 박 의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악재나 조건의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라며 "국민께서는 그것을 보고 계시며 민주당이 지금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가고 화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도 덧붙였다.


文 예방 시점 1주일 차이로 '엇갈린 해석'
홍익표 "일부분만 발췌하면 뜻 달라져"
박용진 "文 당내 갈등 소재로 소환 안 돼"


박지원(왼쪽) 전 국가정보원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김민호 기자 박지원(왼쪽) 전 국가정보원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김민호 기자

민주당 인사들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온 시점이 1주일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 맥락이 정반대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홍익표 의원은 2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거야말로 정말 각자의 해석인 것 같다"면서 "문 전 대통령은 아마 (민주당 인사들이 양산으로) 가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말씀을 하실 거 아니겠느냐. 그런데 그 일부분만 발췌를 하면 왜곡되거나 또는 뜻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홍익표 의원은 박지원 전 원장의 전언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대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원들이 선출한 당 대표가 특별한 절차적 사유, 절차적으로 밟지 않고 당 대표를 물러나게 해서는 잘못된 것 아니냐, 일단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고 노력해야 되는 시기 아니냐라고 말씀하신 것은 매우 원론적으로 타당한 말씀"이라고 평가했다.


비명계의 언급에 대해서는 "이상민 의원이 얘기하신 것은 표현이 좀 지나치기는 했지만 어떤 생각을 하는데 누가 얘기했다고 다 따라해야 되느냐, 이런 표현인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뉘앙스의 차이인 것 같다"며 "박용진 의원이 얘기할 때도 문 전 대통령은 어쨌든 당이 변해야 되지 않느냐, 혁신을 강조하신 것이다. 저는 어느 것 하나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박용진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기에 격려와 조언 정도로 듣고 말아야지 그걸 가지고 당내 갈등의 소재로 소환시켜서 이리 해석하고 저리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당이 단합해야 된다, 당이 혁신해야 된다는 말씀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이를 이 대표 거취로 해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박지원 전 원장의 '이재명 대체불가론' 전언에 대해서는 "박지원 전 원장이 어떤 말을 듣고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악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혁신과 결단을 주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문 전 대통령 전언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어떻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언론에 박용진 의원이 보도가 나서 박용진 의원한테 물어봤다"며 "그랬더니 자기 페이스북에 쓴 대로 (이 대표 거취 얘기는) 전혀 없었고, 제가 언론에 밝힌 것과 같은 취지의 생각을 갖고 있다 뭐 이런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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