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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회고록'에 격분한 친노·친문…"검사정권 뒷배 믿고 날뛴다"


입력 2023.03.19 05:00 수정 2023.03.19 05: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이인규, 회고록서 "노무현 뇌물 사실·문재인 무능" 주장

친노·친문 강경 대응…"2차 가해 공작 즉각 중단하라"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갑제닷컴 사무실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가 출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회고록이 놓여 있다. ⓒ뉴시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갑제닷컴 사무실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가 출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회고록이 놓여 있다. ⓒ뉴시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가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은 사실이며, 그의 죽음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친노무현계와 친문재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주장의 증거를 요구하면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오는 20일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출간한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권 시절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회고록에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회고록에서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아들 노건호씨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500만 달러 △노 전 대통령 회갑 선물로 2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남녀 1세트를 노 전 대통령 형 건호씨를 통해 전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게 정치자금 5만 달러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정치자금 3억원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의견서 한 장 내지 않았고, 수사 담당자들과 의견 조율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변호인으로 무능했다"고 꼬집었다.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일주일 동안 문 전 대통령은 그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검찰 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난 상황에서 자신에게 등을 돌린 진보 언론과 주변 사람들, 특히 문 전 대통령의 영향이라고도 언급했다.


친노·친문 "정치검사의 일방적 주장"법적 조치 예고
전해철 "거짓주장 좌시 못해"…윤건영 "盧 2번 죽이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파장이 커지자, 친노·친문 진영이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노무현재단은 이 변호사의 회고록 출간을 두고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수사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씨에게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 시계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뇌물로 전달했다는 이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박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반박했다.


재단은 이 외에도 권 여사가 박 전 회장에게 140만달러를 받았다는 주장, 정상문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이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범죄라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변호사의 무도한 거짓주장을 좌시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전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 변호사가 회고록을 통해 주장한 내용은 사실의 적시라기 보다는 자신의 관점과 시각에서 두 분 대통령을 왜곡되게 묘사하고 폄훼한 것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변호인으로 참여한 저의 기억으로는 당시 이인규 검사는 거만하고 교만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검찰은 일상적인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을 활용한 마녀사냥식 망신주기로 정치검찰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로 인해 대통령님께서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셨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외국에 도주하다시피 한 이 변호사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또 다시 노 전 대통령을 모욕주고, 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불순한 의도와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노무현재단과 향후 대응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치검사의 일방적 주장일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검사가 검사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가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변호 활동을 한 게 거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전관에우를 활용하지 왜 안 했느냐 이런 것인데, 검사들 접촉해서 정보도 얻고 방향을 왜 협의하지 않았냐라는 게 그게 바로 전관예우이고 정치검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조기숙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이 변호사 회고록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다녀오신 후 기분이 매우 좋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나도 검찰 출석 전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 있을까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막상 가보니 아무 것도 없더라. 이 싸움 이길 수 있겠다, 해볼만 하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전 수석은 "지금 와서 그런 책을 쓴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느냐. 평생 죄인으로 살 것 같아 자녀들 명예 회복이라도 시키려고 했나"라며 "어떤 의도로 그 책을 썼던 우리가 증거 없이 님의 의도를 마음대로 재단해도 되냐. 그게 대한민국 검찰이 하는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번 책은 고인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자금 수수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밝히라"며 "그렇지 못하면 이 변호사는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도 가세…"정치보복·망신주기한 자가 바로 이인규"
"어디 감히 함부로 고인을 입에 올리나…저들의 오만에 분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 차원에서도 이 변호사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변호사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수사팀으로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대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장본인"이라고 규정했다.


한 대변인은 "자기 잘못을 고인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표적·기획 수사가 정당화되지도 않고, 그 책임도 지워지지 않는다"라며 "이 변호사가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 후배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자 이제 내 세상이 돌아왔다고 외치고 싶은 건가"라고 꼬집었다.


또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라는 회고록 제목에 과연 후배 검사들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물어보길 바란다"며 "차라리 책 제목을 '나는 대한민국 정치검사였다'로 바꾼다면 국민께서 동의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가세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공작수사를 벌이고 정치보복, 여론재판과 망신주기에 몰입한 책임자가 바로 이인규"라며 "어디 감히 함부로 고인을 입에 올린단 말인가. 검찰은 안하무인 막 나가도 되는 프리패스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분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저들의 오만에 단호히 분개한다”며 “인륜과 도리를 저버린 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역사의 심판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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