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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캐릭터탐구㉞] 변호사 신성한 VS 검사 황시목 by 조승우


입력 2023.03.18 11:02 수정 2023.03.18 14:2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조승우, '비밀의 숲' 검사와 대별되는 '신성한, 이혼' 변호사로 캐릭터 변주

배우 조승우가 탄생시킨 캐릭터 검사 황시목(왼쪽)과 변호사 신성한 ⓒ 이하 출처=각 드라마 홈페이지 배우 조승우가 탄생시킨 캐릭터 검사 황시목(왼쪽)과 변호사 신성한 ⓒ 이하 출처=각 드라마 홈페이지

‘비밀의 숲’ 검사 황시목이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이 되면서 수다스러워졌다.


표정도 몸짓도 가능한 자제하며 ‘정중동’의 황시목을 탄생시켰던 배우 조승우는 신성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표현의 문을 활짝 열었다.


힘 빼고 코믹하게 불러도 조승우의 노래 실력은 감출 수가 없어! ⓒ 힘 빼고 코믹하게 불러도 조승우의 노래 실력은 감출 수가 없어! ⓒ

우선 노래로 치면 새로운 음역대에서 발화의 ‘기본음’을 찾은 듯 20년 넘게 들어온(데뷔 2000년, 영화 ‘춘향뎐’) 그의 음정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노래도 한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애잔하다가 분노하다가 포효하던 그가 드라마에서 노래를 부르니 이 또한 새롭다. 그것도 나훈아의 ‘테스형’을 비롯해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른다.


표정도 한층 다채롭다. 진지하다가 잘난 척하다가 까불대다가 의기소침하다. 표정에 변화가 거의 없던 황시목을 떠올려 보면 괄목상대의 변화다.


변호사 신성한의 출근 ⓒ 드라마 홈페이지 내 1화 미리보기 화면 갈무리 변호사 신성한의 출근 ⓒ 드라마 홈페이지 내 1화 미리보기 화면 갈무리

복장도 황시목과 다르다. 늘 갑갑할 정도로 단정하고 흡사 단벌 신사로 지내던 황 검사와 달리, 신 변호사는 옷을 자주 갈아입고 수트는 모양도 색깔도 한결 편하고 부드럽다. 마치 유럽 순회 연주회를 다니는 클래식 연주자나 지휘자처럼 의복이 멋스럽다, 머리를 살짝 길러 웨이브를 넣은 헤어스타일까지도.


발성과 표정, 패션스타일을 이렇게 설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성한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그런 그가 뒤늦게 변호사가 된 건 여자 동생의 이혼과 죽음에 얽힌 진실을 법조인이 되어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다. 처음부터 변호사를 꿈꿔 처음부터 다른 직업 거치지 않고 변호사가 된 이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변호사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왼쪽부터 조정식(정문성 분), 신성한(조승우 분), 장형근(김성균 분). 조승우의 데뷔 해인 2000년 방송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세 친구'가 생각나는 조합. 만만치 않은 웃음을 준다 ⓒ 왼쪽부터 조정식(정문성 분), 신성한(조승우 분), 장형근(김성균 분). 조승우의 데뷔 해인 2000년 방송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세 친구'가 생각나는 조합. 만만치 않은 웃음을 준다 ⓒ

또, 황시목은 형사 한여진(배두나 분)이 애써 챙기지 않는 한 늘 혼자인 외톨이였지만, 신성한에게는 시시콜콜한 장난을 치고 속 얘기를 터놓으며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들 장형근(김성균 분)과 조정식(정문성 분)이 있다. 친구들과의 수다가 일상이다 보니 신성한은 제법 말도 많고 꽤나 유쾌하게 오늘을 산다. 해결해야 할 숙제와 회복해야 할 상처가 있음에도.


일하는 태도도 다르다. 황시목에게는 검경유착, 대한민국 최대 재벌기업과 법조계의 커넥션을 파헤치려는 사명감이 있었고 잠잘 시간 없이 수사에 매달렸다. 신성한은 사건 수임도 한 번에 하나씩만 맡고, 이혼 사건과 재판에서 필승을 이뤄내는 뚝심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한가롭게 일한다.


신성한을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게 한 상처가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밝은 웃음 뒤의 고독과 괴로움, 배우 조승우여서 가능한 눈빛과 애잔함 ⓒ 신성한을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게 한 상처가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밝은 웃음 뒤의 고독과 괴로움, 배우 조승우여서 가능한 눈빛과 애잔함 ⓒ

이토록 다르니, 내면부터 외형까지 캐릭터 레시피를 싹 바꾼 게 알맞은 선택이다. 핵심은 누구나 그렇게 마음을 먹지만,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배우 조승우는 마음먹은 바대로 마치 새로 태어난 듯, 신성한이 됐다.


달라도 많이 다른 두 캐릭터지만, 공통점도 있다. 살아도 검사 죽어도 검사일 황시목, 피아니스트에서 변호사가 된 신성한은 둘 다 천재다. 그리고 반드시 이긴다, 정의를 실현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차이점이 있는데. 신성한에게는 스스로 천재임을 알아 잘난 척하고, 승리와 정의를 위해서는 꼼수도 쓸 줄 아는 융통성이 있다. 황시목이야 두말할 것 없이 융통성 제로, 꽉 막힌 인사다.


오늘 3월 18일, 5화가 방송된다 ^^ ⓒ 오늘 3월 18일, 5화가 방송된다 ^^ ⓒ

사실 드라마 ‘신성한, 이혼’(연출 이재훈, 극본 유영아)의 신성한만 즐겨도 재미가 충분하다. ‘비밀의 숲’(연출 박현석, 극본 이수연) 황시목을 같은 창에 띄우거나 병렬로 창 두 개를 열어놓고 보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뻔한 얘기를 한 거다.


왜, 배우 조승우의 연기는 볼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오르게 하니까 괜스레 입에 올려 말하고 싶다. 해도 해도 어쩜 이렇게 잘할 수 있지?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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