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잔돈으로 투자 가능한 소액 펀드 경쟁 치열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3.03.09 15:31  수정 2023.03.09 15:46

채권·해외주식 투자 상품 줄지어 선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고액 투자 부담↑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포트폴리오 최적화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소액으로 채권과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진입 우려로 개인 유동성이 축소하자 앞다퉈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있는 것이다. 긴축 지속 전망에 소액 투자 상품은 다양화가 예상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과 IBK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소액펀드를 새로 개발해 출시했다. 이에 관련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등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하나증권은 지난달 말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파운트와 손잡고 소수점 매매를 통해 가격 단위가 높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미니 ETF’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파운트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증시 개장 전 미리 당일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계산, 매도·매수 주문 계획을 사전에 정해 투자한다. 기존 파운트 ‘글로벌 ETF’ 상품의 소수점 매매 버전으로 최소 투자 단위가 20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내려간 것이 특징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소액으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IBKS 소액국채BLASH랩’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소액 채권 신고시장가격제도를 활용해 국민주택 채권을 할인된 신고 가격으로 매수하면서 높은 시장 가격으로 매도하는 운용 전략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가 고액자산가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 펀드의 가입 금액은 1인당 최대 1000만원으로 낮다. 별도 수수료 없이 중도 해지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소액펀드는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1000원 미만 잔돈이 남으면 미리 지정한 펀드에 자동 투자해 주는 ‘동전 모으기’ 서비스를 선보였고,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부터 해외주식을 소수점으로 나눠 1000원 단위로 거래하는 ‘자동투자’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토스증권과 KB증권 등도 소액펀드를 운용 중이다.


증권사들의 소액펀드 서비스 확대는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긴축 지속으로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했으나 투자수요는 여전해 이를 충족할 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근 키움증권은 작년에 출시한 ‘잔돈투자’ 서비스 재홍보에 나섰는데 이는 소액펀드 투자에 대한 수요 증가를 예상한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잔돈투자는 100원 이상 1000원 미만의 소액을 매주 정해진 요일에 자동으로 지정한 펀드에 투자하는 서비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고액 투자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액투자는 접근성이 좋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액펀드는 적은 금액을 주기적으로 투자해야 해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사람이 운용하기보다 AI 알고리즘이 다루기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액펀드를 선보인 증권사들이 자체 로보어드바이저를 보유했거나 관련 업계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곳이라는 점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AI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온 만큼 관련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으로 금융 플랫폼 사업자가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잔금을 로보어드바이저 등 투자성 상품으로 운용하는 서비스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며 “금융 업계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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