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막 설치 등 공연법 사문화 위기…문화체육관광부 안전불감증?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3.06 11:21  수정 2023.03.06 11:29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오는 5월 시행인데도 관련 규정 감감 무소식

방화막 설치 대상 기준안 등 ‘탁상행정’ 지적

문체부 측 "이번주 입법예고 목표...다각도 분석으로 기준 선정"

공연장 무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방화막 의무설치를 규정한 공연법이 사문화될 위기다. 지난해 국회 통과이후 입법 예고기간을 거쳐 오는 5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지만 주무부처인 문화관광체육관광부가 아직도 시행령을 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체부가 마련한 시행령·세칙이 최근 법제처 검토에서 반송돼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후에도 정부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예술의전당

개정 공연법은 무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과 유해가스가 객석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 관객들의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화막 설치 의무화가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공청회에서 제시한 방화막 설치 의무 대상 공연장 규모 및 방화막 성능기준은 현실을 크게 도외시하면서 법제처에서도 반송됐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사전에 법제처에서 방화막 관련 용어에 대한 수정 요구가 있었다. 다만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 사용, 공간 확보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 명시를 해달라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선 이미 설득이 완료된 사안”이라며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지만 5월 4일 시행에 맞춰 법제처와 국조실 규제 검토를 속히 조율하고 이번 주에 입법예고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방화막 설치 대상 기준을 1000석 이상 공연장으로, 방화막 성능기준은 △내화소재 사용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을 것 △외부전원 공급 없이 낙하 등을 시행령·규칙에 담을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문체부 계획에 대해 공연 및 보안업계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문체부는 예산을 이유로 1000석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작은 공연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공연계 입장이다.


하지만 문체부는 다각도의 분석을 통한 효용성에 따른 결과라고 항변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내외 화재가 발생했던 공연장 사례를 분석을 했을 때 1000석이하 규모의 공연장은 없었다”면서 “명확하진 않지만 시뮬레이션 연구를 보면 연기 확산 속도가 3~5분가량이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방화막이 대피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법체계가 정해 놓은 공연장 규모를 유지하면서 효용성을 따졌을 때, 중소규모 공연장의 경우 화재 발생 시 연기가 순식간에 공연장에 퍼지기 때문에 방화막보다는 관객들을 빨리 대피시킬 수 있는 피난 안내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또 공연장 방화막 시스템의 KS기준이 제정됐는데도 관련 내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화막 시스템 KS기준은 약 30억원을 들여 국책연구개발과제로 2020년 제정됐다.


공연계는 개정 공연법 관련 공청회에서 “공연장 무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점진적으로 시행령·규칙을 개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체부 입장에도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교훈은 사전예방인데, 문체부의 안일한 안전인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연계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방화막 설치 법제화 논의가 나온 게 2007년이고, 국책연구개발과제를 통해 방화막 시스템의 KS기준도 마련됐다”며 국민 안전우선의 시행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방화막 설치 의무화 법률 제정은 200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발생 때 독일제 강제 방화막 시스템 설치 덕분에 관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한 게 계기가 됐다.


공연법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조명희 국회의원은 “특수효과 장비와 조명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공연장 무대는 화재 위험성이 높고 화재가 발생하면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우선의 입법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는 “공연장 무대에서 발생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게 개정 공연법의 취지”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실을 도외시한 시행령을 준비하면서 마치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문체부 측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1000석으로 정한 이유가 있고 비용 편의를 계산한 것이다. 그럼에도 추후 공연장 안전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공연장 규모에 대한 기준을 더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시행령을 바꿀 수도 있다는 여지를 준 것”이라며 “공급 쪽 업체와 의무자인 전국 공연장들 의견을 들었을 때 중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법에서 정한 기준 안에서 중심을 잡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