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증 충당금 1500억 확대
취약차주 대출 부실 우려 확산
리스크 도미노 이미지. ⓒ연합뉴스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서 준 대출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한 해 동안에만 세 배 넘게 급증하면서 15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금원은 통상 취약 차주가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해 부족한 신용을 메꿔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 잠재된 리스크가 그만큼 덩치를 불리고 있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후 이뤄진 금융지원의 상당수가 이런 금융공공기관의 보증을 끼고 이뤄진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의 현실이 이를 통해 서서히 수면 위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8일 서금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보증충당금 전입 등에 따른 영업비용은 1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1%(1071억원) 늘었다.
지급보증은 금융사의 거래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지급을 대신 보증한 계약이다. 지급보증충당금은 이렇게 발생한 지급보증 부채액 중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서금원은 차주가 빚을 못갚을 시 대신 갚겠다는 보증을 제공해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다.
서금원 보증을 기반으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이를 제때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를 대신 상환하게 된 서금원이 향후 관련 손실에 대비해 적립하고 있는 충당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지급보증충당금 전입 등 영업비용 추이. ⓒ서민금융진흥원
실제 코로나 이후 보증을 끼고 이뤄진 서민대출이 늘어난 와중, 그 중에서 부실이 예상되는 금액도 덩달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서금원이 지난해 보증으로 지원한 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9조8000억원)의 75%를 차지하는 규모다. 햇살론과 햇살론 유스, 햇살론15,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이 해당된다.
서금원이 보증으로 지원하는 서민대출 규모는 ▲2019년 3조8000억원 ▲2020년 4조9000억원 ▲2021년 5조3000억원 ▲2022년 7조300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공급이 늘면서 부실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차주가 갚지 못해 서금원이 대신 갚은 대위변제금액은 코로나19 이후 3년간 계속 증가했다. 2020년 761억원이었던 규모가 2021년 3454억원, 2022년 6022억원으로 늘었다. 경기악화와 금리상승으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된 것이다.
특히 비교적 고금리 서민대출상품은 대위변제율이 10% 넘는 사례도 나왔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금원이 공급 중인 '햇살론15'의 최근 3년간 대위변제율은 11.2%였다. 고금리 대출이용이 불가피한 최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상품으로, 요건만 맞으면 2000만원까지 연 15.9%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향히 꾸준히 정책금융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실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오히려 차주의 부채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차주가 1·2금융권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정책서민금융 제공 시 자금의 용도를 파악하고 신용부채 관리 교육, 인센티브 제공으로 성실상환을 유도해 차주의 신용회복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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