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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찰풍선’ 파문에 커지는 美·中관계 파열음


입력 2023.02.05 21:22 수정 2023.02.06 07:41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관계개선 기미 두나라관계에 中정찰풍선 돌발 악재

美, 공대공 미사일 한 발 발사해 풍선 격추에 성공

中, “美 무력사용해 민간 비행선 공격했다”며 격분

이른 시일내 두 나라관계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

당초 5~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던 토니 블링컨(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정찰풍선 문제로 방중을 전격 취소하면서 양국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당초 5~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던 토니 블링컨(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정찰풍선 문제로 방중을 전격 취소하면서 양국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던 미·중관계가 ‘중국 정찰풍선’(Chinese Spy Balloon)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는 바람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풍선을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해버린데 대해 중국이 발끈하며 추가 대응조치를 예고하면서 양국관계가 또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오후 2시39분쯤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대공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해 중국 정찰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스 2~3대 정도의 크기로 알려진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가 떨어지며 지상에 인적·물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바다에서 격추시켰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지난달 28일 정찰풍선을 처음 포착한지 1주일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정찰풍선의 잔해와 정찰용 장비 등 정찰풍선 내 정보 가치가 있는 모든 물체를 최대한 수거할 계획이다. 미 정부는 중국의 다른 정찰풍선이 중남미에서 발견됐을뿐 아니라 이전에도 아시아와 유럽 등 5개 대륙에서 포착됐다며 중국이 정찰풍선 선단(船團)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중국은 검증을 거쳐 이 비행선이 민간용이고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진입했으며 완전히 의외의 상황임을 이미 여러 차례 미국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 풍선이 지상 인원에게 군사적·신변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은 국제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찰풍선은 앞서 지난 1일 미 몬태나주 상공에서 목격된데 이어 이 풍선이 남동쪽으로 이동해 3일 미주리주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정찰풍선이 중남미 상공을 통과 중이라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정찰풍선은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대륙의 중앙을 지나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위성사진 분석한 결과 정찰풍선은 중국 중부 지역을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주에서 미 영공으로 진입했다. 캐나다 서남부를 거쳐 미 몬태나주로 날아왔을 때부터 육안으로 충순히 관찰될 정도였다. 두꺼운 폴리우레탄 재질의 정찰풍선 하단에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버스 2~3대 크기 장치가 달려 있으며, 소형 모터와 프로펠러로 추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리아나 상공에서 미 공군이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격추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사우스캐롤리아나 상공에서 미 공군이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격추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몬태나주에는 미국의 3개 핵미사일 격납고 중 한 곳인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는 까닭에 정찰기구가 정보수집 목적으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민간의 기상관측용”이라는 중국 정부의 해명과는 달리 정찰풍선에 매달린 장비 중에는 통상 기상 관측·민간 연구용으로는 쓰이지 않는 장비가 부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ABC방송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첩보위성을 이용해 풍선을 조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찰풍선 파문이 커지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정찰풍선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성명을 통해 중국 '스파이풍선'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기 이틀 전이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상의 주민이 잔해 낙하물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탓에 정찰풍선을 격추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대통령은 참모들 권고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군에옵션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오스틴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 북부사령관은 주민 안전에 대한 위험 때문에 행동을 하지 말 것은 강력하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또 "중국이 유감을 표명했지만, 우리 영공에 정찰풍선이 존재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중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정찰풍선이 미 본토 상공에 등장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두 나라국의 열린 소통라인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역시 대외관계를 원만히 관리하기 위해 코로나19 방역완화 조치 등을 취하며 화답하는 등 미국에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양국의 경제팀 수장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18일 취리히에서 얼굴을 맞댔고,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사가 같은 달 11일 화상대화를 갖기도 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여기에다 외교 실무책임자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5∼6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정찰풍선 정국 속에 이 방문 계획이 출발 몇 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취소됐다.


당초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은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찰풍선이라는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후일을 기약하기가 어렵게 됐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방문을 취소하며 "그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에 있는 것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이 민간 무인비행선이라고 주장하는 정찰풍선을 미 전투기가 미사일로 떨어뜨린데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외교부는 5일 성명에서 중국이 관련기업의 정당한 권인을 단호히 보호하면서 필요한 보복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요 시 추가 대응 방침을 예고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중관계는 이른 시일 내 화해 모드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미국 의회 차원의 대중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정찰풍선을 즉시 격추시키지 않은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며 중국에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기밀정보를 보고 받을 수 있는 상·하원 지도부 모임, 척 슈머와 마르코 루비오 등 초당파 상원의원 8명을 이르는 이른바 '8인의 갱'(Gang of Eight)에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보고를 요구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따라 관련 내용을 내주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미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대만 방문’을 검토 중이며, 마이클 갤러거 공화당 소속 미 하원 대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찾아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만을 독립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법안들 역시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줄줄이 발의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찰풍선 문제가 매듭지어지더라도 대만문제로 인해 미중간 긴장완화를 시도하는 노력은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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