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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김성태 대북송금 후 北에 친서"…'방북작전' 의혹 확산


입력 2023.02.01 12:42 수정 2023.02.01 12:42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검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9년 북측전달 친서확보…작성 및 전달경위 조사중

'친서 전달' 2019년 5월, 쌍방울그룹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대납 직후

2019년 11월 300만 달러 추가제공…"이재명 北초청 요청" 추가공문 작성시점과 일치

김성태 "이화영, '이재명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실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실·미분양 주택 매입임대 전환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실·미분양 주택 매입임대 전환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한 측에 3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의 송금 직후 북한 측에 전달한 친서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이 대표 '방북작전' 관련 의혹이 확산하는 모양새이다.


1일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북측에 전달한 친서를 확보해 작성 및 전달 경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서가 전달된 2019년 5월은 이 대표가 당시 추진했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이 북측에 대납한 직후다. 공문이 작성된 2019년 11월은 300만 달러를 추가 제공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명의로 작성된 A4 2장 분량의 친서 초안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님 귀하'라고 시작한다. 이 초안에는 "귀 위원회와 함께 지금 현재(2019년 5월)도 인도적 식량협력사업과 산림녹화를 위한 묘목협력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1차 협력사업을 마무리하면 더 큰 규모로 협력사업이 바로 실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이라는 귀한 걸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경기도지사인 저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 대표단을 북측으로 초청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위원장님의 헌신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며 귀 위원회의 건승을 기원한다"고도 했다.


같은 달 말 북측에 실제로 전달된 친서 최종본에서는 '초청 요청'이 삭제됐다. 대신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공동기념행사 공동주최 ▲농촌복합시범마을사업 ▲정제콩기름공장 건설사업 등 추가 사업 추진 의사 등이 포함됐다. 이 친서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중국 심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 부실장을 만나 전달했다고 한다.


삭제된 '초청 요청'은 6개월이 흐른 2019년 11월 정식 공문 형태로 북측에 전달됐다. 경기도지사 직인이 포함된 공문에는 "(이재명) 도지사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 대표단의 초청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적혀 있다. 이 밖에도 "돼지고기 생산증대로 나아가는 '양돈종합협력사업' 추진을 제안하고자 한다", "2018년 10월 귀 위원회와 협의한 현대적 시설의 농림복합형 시범농장(스마트팜)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제안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등장하는 북한 고위급 인사는 총 4명이다. 정찰총국장 출신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과 리호남 국가보위성 공작원,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송명철 부실장이다.


경기도에서는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가 북한 측과의 연락을 담당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두 차례 방북해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경기도 대북사업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김영철 위원장이 이 전 부지사와 따로 접선해 "앞으로 사업과 관련한 문제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통해 상의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이 경기도 대북사업 창구로 안부수 회장을 직접 지정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1월 고양시에서 아태협과 함께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이 대표와 리종혁 부위원장, 김성태 전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행사 직전 이 전 부지사가 안 회장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고, 쌍방울그룹은 행사 비용 5억원 중 2억원을 아태협에 지원했다.


행사 기간에는 안 회장이 리호남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회장은 리호남과 최소 2차례 이상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중국 단둥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이 리호남 등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에서도 리호남을 만났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이 "대선을 위해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고 했고, 이 전 부지사는 "이 지사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호남은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방북을 위해서는 벤츠 자동차와 헬리콥터가 필요하니 500만 달러(약 62억 원)를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회장이 방북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제안했고, 리호남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은 2019년 11월 북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이 진행되던 시기 이재명 대표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고맙다"고 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이화영 당시 부지사,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한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이때 이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와 통화하다가 자신에게 전화를 바꿔줬고 이 지사가 "고맙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또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대북사업을 추진했다고 의심한다.


반면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며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서 잘 안 팔릴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부인 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대한민국 정부, 미국 정부마저 북측과 대화를 진전할 수 없던 경색된 상황에서 경기도지사가 방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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