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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견자단 "영웅 역만 한다고? 배우로서 나의 원칙"


입력 2023.01.30 09:16 수정 2023.01.30 09: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천룡팔부: 교봉전' 연출 및 주연

성룡과 이연걸의 뒤를 잇는 중화권 무협 영화의 주역으로 꼽혀온 견자단. 1984년 영화 '소태극'으로 데뷔해 41년 째 활약 중이다. '영웅: 천하의 시작', '도화선', '엽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뮬란' 그리고 지난 20일 개봉한 '천룡팔부: 교봉전'까지 현장에서 구르고 뛰며 중화권 영화 시장을 대표하는 배우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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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견자단은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의 연출과 주연을 맡아 13년 만에 내한했다. '천룡팔부: 교봉전'은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견자단 분)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여정을 담은 정통 무협 액션이다.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등을 쓴 김용 작가 '천룡팔부'를 원작으로 했다. 견자단에게 '천룡팔부'의 작가 작품 연출과 주연은 큰 도전이었다.


"'천룡팔부'는 인물과 내용이 복잡해 영화화하기가 힘든 작품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용기가필요했어요. 그래도 영호로 만든다면 김용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현대적인 액션 영화 기법과 융합해서 연출했습니다."


교봉은 의리와 신념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이는 견자단의 영화 인생을 걸어온 소신과 결이 맞닿아 있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많은 유혹이 있지만 저는 정의감이 넘치는 역할을 주로 선택해왔습니다. 살인범, 변태, 악역 등을 연기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배역들을 거절한 이유는 인간으로서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교봉은 김용 작가가 써내라간 영웅 중 가장 멋진 캐릭터예요. 친구와의 신의를 지키고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죠. 이건 저의 원칙입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종종 사람들은 '견자단은 영웅 역할만 한다'라고 불평하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저의 원칙에 위배되면 모두 거절합니다. 배우로서 끊임없이 예술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제가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무엇을 남겼는지를 돌아봤을 때도 중요해요."


'천룡팔부: 교봉전'은 전통 무협 액션이다. 뛰고 구르는 것은 물론 날아다니며 체력을 소모하는 고강도 액션신이 다양하게 배치 됐다. 견자단은 액션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온 일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며 관객들을 장악하는 정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액션은 카메라 렌즈에 신체적인 언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동작 자체는 외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액션보다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의 액션신이 다음 장면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떻게 드러날지 등 전체적인 그림을 생각하며 임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의 액션을 두고 견자단은 "음악으로 치면 클래식이지만, 이 안에 로큰롤을 섞어놨다"면서 현대와 고전의 융화에도 힘썼음을 알렸다.


"제 영화 이론상 액션 영화는 첫 번째 현대 액션, 두 번째 고대 전통 무협물, 세 번째 '엽문'과 같은 쿵후 영화로 세 가지로 나뉘어요. 이번 '천룡팔부: 교봉전'을 찍으면서 역사, 문화적으로 고증해야 할 것들이 많아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현대, 쿵후 등 다양한 액션 기법을 넣으려고 했어요. 또 중국의 무협 영화에서 무림 고수들의 눈빛과 태도에서 전통적인 몸짓들이 있는데 저는 현대 작품을 연기할 때 익혔던 기술들을 교봉을 연기할 때 적용했어요. 현대적인 인물 해석 요소를 넣었기 때문에 교봉을 보며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올해로 63세가 된 견자단은 매번 새로운 모습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다.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을 보며 자신도 충분히 새로운 도전을 완성도 있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관객들이 항상 저에게 새로운 면모를 원하지만, 사실 관객들이 주는 부담은 제 스스로가 주는 부담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배우로서 다음의 행보를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톰 크루즈가 61세 나이에도 비행기에 뛰어내리는 걸 보며 감탄했어요. 몸과 체력 관리가 잘돼있다면 배우로서 생명은 더 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톰 크루즈가 해냈다면 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몸은 제가 톰 크루즈보다 좋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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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맡은 영화에 감독으로 참여하는 건 힘들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현대 예술 분야에 전문적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생각을 남길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뿌듯한 일은 없다는 것이 견자단의 생각이다.


"감독과 주연을 함께하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에요. 일이 너무 많고 쉴 시간이 적거든요. 연기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 모든 부서를 신경 쓰고 동료 배우들을 돌보는 일도 해야 해요. 많은 작업 중 하나만 느슨해져도 영화 자체가 루즈해져 항상 심혈을 기울여 둘러봐야 했어요. 그럼에도 감독으로 나서는 이유는 저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높기 때문입니다. 찰리 채플린도 감독, 연기, 각본까지 모두 해낸 영화인이죠.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공 예술 창작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감독에 더 큰 잠재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천룡팔부: 교봉전'은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속편 계획이 예정돼 있는지 물었다.


"속편을 암시하는 건 영화적인 기법입니다. 관객들의 정서를 고조시키기 위한 거죠. 저는 이 작품을 만들 때 관객들이 몰입해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정서가 꺼지는 게 아니라 파도처럼 몰아치듯 고조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바란 의도죠."


배우로서 견자단의 목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배우로서 결과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요. 기쁨도 있고 좌절도 있죠.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 때문이었어요. 연기든 작품 연출이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한국 관객들도 저 견자단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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