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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후광은 없다?… 드라마는 대박인데, 왜 뮤지컬에선 ‘외면’ 당할까


입력 2023.01.29 14:03 수정 2023.01.29 14:0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우영우' '호텔 델루나' '드림하이' 등 뮤지컬로 제작

원 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하여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는 전 세계 대중문화예술계의 트렌드다. 뮤지컬 분야에서도 인기 소설이나 영화, 웹툰, 드라마 등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관객들에게 대부분 외면을 당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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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 제작사 아트원컴퍼니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드라마 ‘드림하이’를 쇼 뮤지컬 형태의 공연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드림하이’는 지난 2011년 방영된 드라마로 김수현을 비롯해 배수지, 아이유, 옥택연, 함은정, 장우영, 박진영, 이윤지, 엄기준, 배용준 등 수많은 톱스타들이 출연해 최고 시청률 17.9%의 기록을 세우며 히트작으로 남았다. 공연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드림하이’는 주인공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기존 원작의 내용을 압축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들과 달리, 원작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꾸몄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EMK뮤지컬컴퍼니도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켰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제작에 한창이다. 원작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지닌 우영우가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6월 29일부터 케이블 채널 ENA를 비롯해 넷플릭스 등을 통해 방영을 시작했고, 신생 채널에서 스타 배우 없이 출발한 드라마는 17.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2024년 선보일 뮤지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원작 드라마 중 3개의 에피소드를 무대화해 각기 다른 창작진과 배우로 구성한 세 개의 뮤지컬로 제작해 동시에 공연한다는 계획이다.


쇼플레이도 드라마의 뮤지컬화에 나선다.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대극장 무대에서 선보일 계획으로 지난해 제작을 시작했다. ‘호텔 델루나’는 2019년 방영된 드라마로 귀신 전용 호텔이라는 특별한 배경을 중심으로 ‘호러X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드라마 자체는 물론 OST는 전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악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에선 주인공 장만월과 구찬성의 캐릭터를 부각시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에 중점을 두고,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적절히 조합해 구성할 계획이다.


드라마를 뮤지컬로 제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뮤지컬 시장이 성숙하면서 자생적인 창작품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흥행한 드라마는 좋은 IP로서 작용한다. 이미 인기를 끈, 즉 검증된 작품을 올리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더구나 기존의 뮤지컬 마니아 관객은 물론이고 새로운 원작 드라마의 팬들까지 유입시키면서 뮤지컬의 관객층을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작품이 원작의 후광을 받는 건 아니다. 최근 뮤지컬화되는 작품들이 단순히 드라마를 압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대의 특성에 맞춰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거나, 일부 에피소드를 발췌해 다시 엮어내는 등의 시도 역시 그간 드라마 원작 뮤지컬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앞선 드라마 원작 뮤지컬들이 기존의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이라는 시간에 압축해야하는 어려움과 원작의 다양한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되살려내지 못하면서 흥행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공연한 ‘모래시계’ ‘사랑의 불시착’ ‘또! 오해영’ 등을 비롯해 과거 무대에 올랐던 ‘여명의 눈동자’ ‘궁’ ‘환상의 커플’ ‘풀하우스’ ‘파리의 연인’ ‘선덕여왕’ ‘대장금’ ‘겨울연가’ ‘커피프린스 1호점’ ‘미남이시네요’ 등 다수의 드라마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지만 사실상 작품적으로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심도 측면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하는 창작 초연 작품보다 관객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지만 드라마의 이미지가 확고히 굳어져 있는 상황에서 뮤지컬을 만드는 것 역시 쉽지 않다”면서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작품의 이미지를 무대에서 얼마나 잘 구현하는 지와 동시에 원작과는 달리 무대의 특성에 맞춰 예술적으로도 완성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굳이 TV에서 봤던 콘텐츠를 돈을 내고 봐야하는 지에 대한 ‘명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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