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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택시기사 살해 혐의' 이기영 기소…시신 없는데, 유죄될까?


입력 2023.01.22 06:08 수정 2023.01.22 13:19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동거녀 시신 끝내 못 찾아…'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 진행 가능성

이기영, 재판 중 진술 번복하면…거주지 혈흔·범행 전후 정황만으로 유·무죄 다퉈야

시신 없던 '고유정 사건' 재판부, 계획범죄 인정…무기징역 선고

대법원, 2008년 납치 살인사건서는 살인죄 불인정…"피해자 사망 사실 증명돼야"

동거녀와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이기영.ⓒ 연합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이기영.ⓒ 연합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이 구속기소 됐다. 그러나 동거녀 살해 혐의의 경우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유죄'가 선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기영이 5개월여 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거녀의 시신을 아직 찾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기영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시신과 도구를 함께 파주시 공릉천변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동거녀 살해 혐의의 경우 이기영의 자백과 간접 증거만 있는 상황이다. 다만 동거녀를 살해한 뒤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자백의 신빙성이 더해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재판 중 이기영이 진술을 번복한다면, 재판에서는 이기영 거주지에서 발견된 혈흔과 범행 전후 정황 등으로만 유·무죄를 다퉈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생한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가장 최근에 널리 알려진 사례는 일명 '고유정 사건'이다.


당시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정황 등으로 미뤄 계획범죄라는 점을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08년에는 건설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를 구덩이에 생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공소 제기된 사건도 있었다. 당시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피해자 사망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은 살인죄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살인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피고인 말을 들었다는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기타 간접사실이 증인 진술을 뒷받침한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는 배심원들도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기영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기영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피고인이 살인을 자백한 사실을 들었다는 핵심 증언이 확보됐음에도 유죄가 인정되지 않은 판례도 있다.


2008년 대법원은 피해자를 차로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6년 넘게 실종 상태인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을 개연성이 매우 크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보더라도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살인죄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선결적으로 증명돼야 한다"며 "또한 피해자 사망이 살해 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증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이기영의 동거녀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이기영은 동거녀가 사망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계획을 세워 살인했다는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기영이 범행 직전 '먹으면 죽는 농약,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범행 직후 피해자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을 이용, 8000여만원을 편취한 점 등으로 미뤄 금전적 목적의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이달 19일 이기영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있다"며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을 통해 철저한 공소유지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경찰 협조를 받아 동거녀 시신 수색 작업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4일쯤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음주운전 중 접촉사고를 내자, 합의금을 준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집으로 데려와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도 있다.


또 그는 두 건의 살인 범행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1억 3000여만원의 금전을 편취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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