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게임법 개정안 일부 의원 반대로 법안소위 통과 불발
“국내 게임사에만 규제 적용돼” 주장…실제 미·일 법령 없어
중국은 현지서 규제하나 한국에서 자율규제 미준수 상습적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요구하며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마비노기 커뮤니티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이 이번에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을 이유로 규제안에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 해외 상황에 관심이 모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일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일부 의원의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문체위 의원들은 총 11건의 게임법 개정안 심사에 나섰으며 이중 관심을 모은 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내용을 담은 총 5건의 게임법 개정안이었다.
이날 법안소위에선 여야 의원들이 모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의견을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김윤덕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며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김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율규제가 잘 이뤄지고 있으며, 규제 시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신중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을 뜻한다. 낮은 확률이지만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게임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로 여겨져 왔고, 이에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극도로 낮은 확률, 확률 조작 의혹 등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늘면서 현재는 부정적 인식이 더 커진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는 2015년부터 시행돼 왔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한 개별 확률 공개 ▲게임 내 구매화면에 확률정보 표시 등을 살펴왔다. 지난해 초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확률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자율규제 강화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자율규제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도 국정감사 업무현황에 따르면, 게임 전체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81.8%로 높은 수준이지만, 모바일 게임은 71.1%, 해외유통업체는 48.9% 수준에 그쳤다.
전날 김윤덕 의원의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주장에 따른 강력 반대로 게임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되자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해외 현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게임 3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가운데 법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곳은 중국 뿐이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은 규제가 없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글로벌 정책환경 조사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온라인 출판서비스 관리 규정’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고 있다. 중국 규정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은 백분율로 표현하면 안 되며, 몇 번 시도해서 나올 수 있는지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는 가능하지만 해당 규정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판호 발급이 제한된다.
일본은 일본 온라인게임협회(JOGA)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료 아이템의 획득 확률 정보를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다만 경품표시법에 따라 컴플리트 가챠 적용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특정 아이템 혹은 캐릭터 등을 얻어야 최종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는 방식은 사행성 요소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자율규제마저 없다.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 등급표기 시 ‘랜덤 아이템 포함’이라는 문구만 기재하면 된다.
심지어 중국은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에 유통하는 게임은 예외로 두는 모습이다. 다수 중국 게임들은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명단에 수차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게임사는 법적 규제에 따라야 하지만 해외 게임사는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역차별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행되면 큰 게임사들은 어떤 형태로도 대응이 되지만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사들은 수익모델 자체를 만들 방법이 묘연해져 게임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규제에는 신중해야 하며 게임업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행성을 부추기는 컴플리트 가챠(다중뽑기)에 대해서는 “지금도 사행성특별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규제하지 않는 건) 이해관계자들끼리의 눈치게임이 있는 것 같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컴플리트 가챠는 아예 금지를 시키고 나머지는 자율규제를 통해 산업계에 맡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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