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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검찰, 파산한 FTX 창업자 기소…“처음부터 기획한 사기”


입력 2022.12.14 17:58 수정 2022.12.14 19:39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돈세탁 등 8개 혐의로 뱅크먼-프리드 기소

8개혐의 모두 인정되면 최대 115년형 가능

파산관재인 "FTX 종이 한장도 신뢰 안 해"

로스쿨 교수 FTX 창업자 부모도 조사 검토


중미 바하마에서 체포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만-프리드가 13일(현지시간) 바하마 법원에 출석한 뒤 나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미 바하마에서 체포된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만-프리드가 13일(현지시간) 바하마 법원에 출석한 뒤 나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파산보호 신청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검찰과 금융 당국이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각각 기소와 소송을 제기했으며, 처음부터 투자자들이 낸 돈을 빼돌리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감독 당국의 지적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13일(현지시간) 뱅크먼-프리드의 공소장을 공개하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먼에 대해 형법상 사기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8건이 모두 인정될 경우 최장 115년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부터 FTX 고객과 투자자를 속이는 방식으로 고객의 돈을 빼돌려 가상화폐 헤지펀드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채무를 갚았으며, 바하마에서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데 사용했다.


그는 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치인들에게 많은 기부를 했지만, 공화당에도 적지 않은 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고객에게서 훔친 더러운 돈이 부자들의 헌금으로 위장돼 양당의 영향력을 돈으로 사고 워싱턴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려는 뱅크먼-프리드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이용됐다"고 비난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날 뱅크먼-프리드가 수년간 계획된 사기 음모를 저질렀다며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SEC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5월부터 FTX 주식 투자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정교한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내세워 18억 달러(약 2조 3364억원)를 조달했는데, 처음부터 이를 알라메다 리서치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CFTC는 뱅크먼-프리드와 FTX, 알라메다를 상대로 연방 상품법 위반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일 바하마 당국이 전격 체포한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위해 바하바 법원에 도착했다. 법원은 뱅크먼-프리드가 청구한 보석에 대해 도주 우려를 이유로 불허하고 내년 2월8일까지 구금하도록 했다. 미 사법 당국은 향후 바하마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나, 뱅크먼-프리드가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본국 송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FTX 파산절차를 진행 중인 존 레이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FTX 파산절차를 진행 중인 존 레이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특히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FTX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는 FTX의 엉터리 재무관리 실태가 폭로됐다. FTX의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존 J 레이 CEO는 이날 청문회에서 FTX가 파산신청에 이르기까지의 경영방식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기업 사기 중 하나’인 이유를 묻는 말에 "FTX는 어떤 기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비정상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FTX의 직원들이 채팅방인 슬랙에서 청구서와 비용을 교환했다고 증언했다.


과거 엔론의 청산을 맡는 등 구조조정 전문가인 레이 CEO는 또 회계 소프트웨어를 언급하며 FTX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아닌 회사가 쓰기에 좋은 퀵북(QuickBooks)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FTX에는 회계사도 없었다며 나는 FTX에서 단 한 장의 종이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80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돈을 잃었다"고 말했다. 퀵북은 대개 중소기업에서 사용하는 회계 소프트웨어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이나 자산을 관리하는 기업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레이 CEO는 또 뱅크먼-프리드가 발행인이자 수취인인 대출이 발견됐으며, 전 세계 다른 고객들이 FTX에 접근이 안 될 때 뱅크먼-프리드는 바하마 투자자 1500명에게 1억 달러를 인출해 가도록 도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그룹의 모든 자산을 확보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고 그것은 긴 과정이 될 것"이라며 "결국 모든 손실을 복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만큼 FTX의 경영관리가 엉망이었고, 현재 남은 자산이 얼마인지도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 서부 명문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인 그의 부모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 당국은 뱅크먼프리드의 부모인 조지프 뱅크먼(67)과 바버라 프리드(71)가 FTX 사업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뱅크먼-프리드의 부모가 FTX의 붕괴를 유발한 잠재적 범죄행위에 직접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FTX의 유급 직원으로 일하며 직·간접적으로 뱅크먼프리드가 ‘코인 제국’을 일으킬 수 있는데 도움을 줬다.


미국 법무부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의 샘 뱅크먼-프리드 공소장.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의 샘 뱅크먼-프리드 공소장. ⓒ 로이터/ 연합뉴스

아버지인 조지프 뱅크먼은 FTX가 건재하던 지난 3월 FTX가 주최한 자선행사를 기획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FTX 로고가 적힌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무대 위에 올라 행사 당첨자를 발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조세 전문가로 플로리다 비영리 단체 책임자에게 뱅크먼-프리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NYT는 “그의 아버지는 뱅크먼-프리드가 지난해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증언할 때 조언했다”며 “FTX 직원들이 세금 관련 문제가 있을 때 종종 그와 상의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조지프 뱅크먼은 지난 8월 FTX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내가 도움을 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바버라 프리드 교수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FTX 고객 자금 일부가 그의 어머니와 관련된 단체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NYT에 따르면 FTX 고객 자금 일부가 바버라 프리드가 이사직을 맡고 있던 정치 후원단체 ‘마인드 더 갭’에 기부됐다.


뱅크먼-프리드의 부모가 한 달에 한 번, 바하마에 있는 FTX 본사를 방문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들은 그때마다 FTX 고객 자금으로 산 1640만 달러짜리 집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붐을 타고 한때 265억 달러 자산가로 급부상했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달 초 재무구조 부실 의혹이 제기된 후 고객들의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자 FTX와 100여개 계열사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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