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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로 본 노란봉투법의 위험성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11.28 10:50 수정 2022.11.28 13: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개인사업자→노동자 지위 바뀌고 불법행위 면죄부까지

집단운송거부에도 피해 심각…'노조' 날개 달면 무소불위 권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으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 24일부터 집단운송거부로 전국 물류망을 마비시키고 있는 화물연대는 독특한 조직 구성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의 지위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산별연맹인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밑에 화물연대본부라는 이름으로 속해 있다.


각자 자가 차량을 보유하고 운행하는 개인사업자들의 이익단체면서도 거대 노조에 속해 탄탄한 조직력과 진보 정치권의 맹목적 지지라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노동자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터라 이들이 최근 벌이고 있는 일 역시 ‘파업’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 스스로 ‘총파업’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와 경영계는 ‘집단운송거부’로 부른다.


개인사업자들의 단체행동 치고는 사회적, 경제적 파급력이 상당하다. 해운이나 항공, 철도가 동맥이라면 트럭 운송은 모세혈관이다. 한두 곳도 아니고 온몸의 모세혈관이 막히면 동맥이 멀쩡한 들 신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정부는 28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산업현장에서 출고가 멈춰지며, 중소기업들은 수출길이 막혀 문을 닫게 된 상황에서 내려진 조치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및 3조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화물연대에 소속된 이들이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청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대로라면 화물연대가 주요 공장이나 물류기지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피해를 입은 기업이 대항할 방법이 사라진다.


개인사업자들의 단체행동만으로 국가 물류를 마비시킬 힘을 가진 이들이 ‘화물노조’로 이름을 바꾸고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까지 손에 얻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것은 안전운임제다. 금액과 범위, 기간 등에서 논란이 있지만 어쨌건 협상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노조법 개정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화물연대’가 아닌 ‘화물노조’가 안전운임제 정도로 만족할까. 민주노총 산하 대규모 사업장 노조가 그래왔듯 억대 연봉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임금투쟁과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복지‧근로조건‧정년을 요구하는 단협투쟁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단일 공장을 멈추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사측에 ‘갑질’을 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노조다. 전국의 물류망을 볼모로 ‘손배소에서 자유로운 불법행위의 칼날’을 목에 댄다면 기업들은 물론 정부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귀족노조의 갑질에 시달리며 고가의 운송료를 부담하게 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른 업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화물연대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노란봉투법의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합법파업보장법’이라는 용어로 물타기를 한들 그 위험한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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