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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㊲] 여자배우를 알아보는 정지우 감독의 안목(썸바디)


입력 2022.11.23 14:48 수정 2022.11.24 13:0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매 작품 자신감 있는 캐스팅으로 신기원을 여는 감독 정지우와 그가 선택한 배우 강해림(오른쪽부터) ⓒ이하 넷플릭스 제공 매 작품 자신감 있는 캐스팅으로 신기원을 여는 감독 정지우와 그가 선택한 배우 강해림(오른쪽부터) ⓒ이하 넷플릭스 제공

영화 '은교'의 김고은을 발굴한 정지우 감독이 아닌가. 이후 김고은이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을수록 정 감독의 선구안은 확연히 입증됐다.


여자배우를 발견하는 정지우 감독의 안목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작품이 등장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썸바디'(연출 정지우, 각본 정지우·한지완, 제작 비욘드제이)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타인과의 공감이 어려운 김섬 역의 배우 강해림 ⓒ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타인과의 공감이 어려운 김섬 역의 배우 강해림 ⓒ

첫 장면부터 김섬의 등장은 압도적이다. 이름도 얼굴도 익숙지 않은 배우이건만 그 깨끗한 외모와 의상스타일, 인공지능 로봇이 말하는 듯한 건조한 말투와 눈의 흐린 초점이 풍기는 생경한 매력에 전율이 인다. 천재적 IT개발자인지 그 개발자가 창조한 객체인지 헷갈릴 정도다.


강해림 배우가 지닌 고유의 특성과 연기력도 한몫했지만, 김섬 역으로 강해림을 알아보고 단기간에 그 안에서 김섬을 끌어올리고 덧씌운 정지우 감독의 캐스팅과 디렉팅에 이는 전율이다, 어쩜 또, 이번에도 역시!


무당과 동성애자, 겹겹이 사회적 소수자지만 당당해서 더 아름답다, 목원 역의 배우 김용지 ⓒ 무당과 동성애자, 겹겹이 사회적 소수자지만 당당해서 더 아름답다, 목원 역의 배우 김용지 ⓒ

감탄할 틈을 오래 주지 않는다. 강해림만으로도 짜릿한데 또 출몰한다. 목원 역의 배우 김용지다. 배우 박선영 이후에 오랜만에 흡족하게 중성적 이미지를 지닌, 그러면서도 여느 육감적 여자 배우보다 치명적이게 매혹적인 마스크. 눈을 붙들린 것도 잠시, 장군님을 모시는 젊은 무당에 성소수자다. 조금도 이질감이 없다. 완벽한 캐스팅.


목원은 기은(김수연 분)의 '아는 언니'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경찰 기은에게도, 섬에게도 강력한 조력자이자 따듯한 해결사다. 바이크를 탄다. 작두도 탄다. 본 적 없는 캐릭터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김용지의 이국적 외모와 독특한 마성이 그를 능가해서다. 우리 곁에 배우 김용지를 바짝 데려다 준 정지우 감독에게 감사가 인다.


규정할 수 없는 특성들의 공존, 기은 역의 배우 김수연 ⓒ 규정할 수 없는 특성들의 공존, 기은 역의 배우 김수연 ⓒ

기은 역의 김수연 배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중 다혈질 성격 만큼이나 얼굴이 다양하다. 상황마다 감정마다 표정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다른 인물로 보인다.


김섬의 인공지능 채팅 친구 '썸원'을 바탕으로 데이팅 매칭 앱 '썸바디'를 출시한 스펙트럼 사의 대표 사만다의 넘치는 개성과 카리스마도 보통이 아니다. 배우 최유하는 때로 피도 눈물도 없이 돈만 아는 기업인이었다가 김섬을 아낄 때는 모성과도 같은 용기를 내는 사만다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드라마 포스터 ⓒ 드라마 포스터 ⓒ

아이를 출산한 뒤 자신의 (모성이 아닌) 여성성, (동물과 다른) 인간성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의 위험한 일탈을 그린 영화 '해피엔드', 명망 높은 노교수 내면에 잠재된 남성적 열등감과 남성성 과시에 대한 열망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은교'에 이어 노출이 예고된 OTT 드라마에 걸맞게 농염한 배우도 등장한다.


선한 웃음을 지우고 연쇄살인마가 되어 강렬한 연기를 펼친 김영광, 그가 연기한 성윤오의 첫 번째 희생자로 등장하는 대화명 폭시 역의 이나라 배우다. 배우 강해림이나 김수연도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였지만, 해맑은 느낌이라면. 배우 이나라는 프로페셔널 면모가 느껴지는 완숙미로 정지우 감독의 디레팅 아래 도발적 정사 장면을 완성했다.


'썸바디'의 치명적 매력점이자 오류, 성윤오. 전라노출과 살인마 연기에 도전한 배우 김영과ⓒ '썸바디'의 치명적 매력점이자 오류, 성윤오. 전라노출과 살인마 연기에 도전한 배우 김영과ⓒ

드라마 '썸바디' 여자 배우들의 활약, 그 바탕엔 물론 '말하면 입 아픈' 배우 김영광의 연기적 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 모든 배우와 서로 다른 색깔의 합을 이뤄냈다. 배우 최민식과 박해일, 박해준과 정해인을 캐스팅한 정지우 감독의 눈으로 선택한 김영광이다.


최근 시즌2를 겨냥해 제작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게 끝인가' 싶은, 엔딩 같지 않은 엔딩으로 끝을 맺는 OTT 드라마나 영화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나 배신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확실한 마침표, 그러나 생각할 거리를 우리에게 남기는 드라마 '썸바디'. 정지우 감독의 귀환이 여러모로 반갑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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