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다웃파이어' 아역 배우들이 흥행 한 축으로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 아역 배우 중심 작품 인기
"더 활발한 아역 배우 육성 시스템, 콘텐츠 개발 필요"
지난달 30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호평 속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극에서 눈에 띄는 건 아역들의 활약이다. 쟁쟁한 성인 배우들 사이에서도 섬세한 연기, 빼어난 가창력으로 흥행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샘컴퍼니
과거 뮤지컬에서 아역 배우는 사실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기력과 가창력에 있어서 성인 배우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을뿐더러, 무대의 특성상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귀여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식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뮤지컬 업계에선 아역에 대한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들이 맡은 롤만 봐도 변화가 느껴진다. 수많은 이모 팬들을 만들어 낸 ‘빌리 엘리어트’를 필두로 ‘마틸다’의 4명의 마틸다, ‘서편제’의 송화와 동호, ‘엘리자벳’의 루돌프,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주인공 부부의 자녀 리디아·크리스·나탈리 등 아역 배우들이 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신스틸러, 혹은 주·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역이 성패를 좌우하는 뮤지컬 레퍼토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마틸다’는 똑똑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어린 소녀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힘으로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듯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주인공 마틸다를 포함해 아역 배우만 20여명이 출연한다.
뮤지컬 '마틸다'의 마틸다 역 배우 (왼쪽부터)임하윤, 최은영, 진연우, 하신비 ⓒ신시컴퍼니
최종 20인에 들기 위해 총 905명의 아이들이 배역을 특정하지 않고 지원했고, 지난해 9월부터 7개월간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4명의 마틸다가 선발됐다. 마틸다 역을 맡은 임하윤(9)·진연우(11)·최은영(10)·하신비(9)는 226대1의 경쟁률을 넘은 셈이다.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마틸다’의 전세계 협력 연출 닉 애쉬튼은 “작품에는 마틸다 역에 4명의 배우들과 2팀의 아역 앙상블이 있다”면서 “아이들마다 각기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한다. 특히 마틱다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안무나 노래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강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능숙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아역 배우가 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들을 선발함에 있어서도 그만큼 까다로운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 특히 ‘마틸다’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앞서 ‘빌리 엘리어트’를 선보이면서도 성인 배우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빌리 스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뮤지컬 아역 배우 육성 과정 덕에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박준형, 이지명, 탕준상, 이성훈 등 ‘빌리 엘리어트’ 초연 무대에 올랐던 아역 배우들은 현재도 뮤지컬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다. 특히 당시 ‘스몰보이’로 데뷔했던 탕준상은 지난해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 등에서 주인공으로 나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진 국내에서 아역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고, 성인 위주의 작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아역들이 설 무대가 한정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아역 배우에 대한 처우나 육성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제작사도 있고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시스템적으로 부족함이 많은 것이 현 국내 뮤지컬계의 현실”이라며 “뿐만 아니라 아역들이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출연할 만한 작품, 콘텐츠가 한정이 되어 있어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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