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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시청률이지만…뮤지컬 오디션, 존재의 이유


입력 2022.09.20 08:10 수정 2022.09.20 08:1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김태희·최하람·홍기범 등 오디션 출신 배우들 종횡무진 활약

경연 넘어 확실한 차세대 뮤지컬 스타 등용문으로

"대중성 확보하려면, 장르만의 차별성 보여줘야"

각종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 잇따라 방영되는 가운데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도 매해 열리고 있다. 아쉽게도 방영 때마다 ‘0%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맛봐야 하지만 그럼에도 뮤지컬 업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더 활발히 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왼쪽부터) 2021년 '딤프 뮤지컬스타' 수상자인 김태희, 최하람, 홍기범 (왼쪽부터) 2021년 '딤프 뮤지컬스타' 수상자인 김태희, 최하람, 홍기범

채널A ‘DIMF 뮤지컬스타’는 업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딤프(DIM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8회째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시청률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5월10일부터 6월28일까지 방영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1%의 벽을 깨지 못했다. 최고 시청률은 0.7%에 그쳤다.


다른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tvN에서 방영된 ‘더블캐스팅’(2020)은 뮤지컬계의 숨겨진 보석인 앙상블을 대상으로, 우승자에게 대극장 뮤지컬 주인공의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화제성면에서는 준수한 편이었지만 동시간대 방영된 다른 예능들과 견줘 상당히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총 9회차가 방영되는 동안 마의 2%의 벽을 넘지 못했고, 최고 시청률은 1.7%에 머물러야 했다.


‘더블캐스팅’보다 2년 전인 2018년에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배역을 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콜’(MBC M)이 방영됐지만 최고 시청률 0.2%에 그쳤다.


다만 저조한 성적에도 업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운운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의 캐스팅에 그 답이 있다. 특히 ‘딤프 뮤지컬스타’를 통해 배출된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곡을 재해석하는 남다른 연출력과 청아한 음색으로 매 무대를 완벽하게 선보였던 김태희(2021년 대상)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장녀 콤플렉스가 있는 딸 리디아 역에 캐스팅 돼 무대에 오르고 있고, 같은 해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겸비하고 앳된 외모와 반전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최하람(2021년 최우수상)은 창작뮤지컬 ‘인간의 법정’에서 살해혐의로 법정에 서는 안드로이드 아오 역에 캐스팅되며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홍기범(2020, 2021)은 창작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주인공 클라라 동생 프리츠 역을 맡으며 데뷔했고, 김지훈(2019년 우수상)이 창작뮤지컬 ‘브람스’에서 세계적인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 역에 캐스팅됐다. 김지훈은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블캐스팅’에도 출연해 세미파이널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연우(2020년 우수상)는 뮤지컬 ‘서편제’에서 어린 송화 역으로, 김영광(2018년 대상)과 이민욱(2018년 최우수상)·이재림(2021년 우수상)은 최근 뮤지컬 ‘원더티켓-수호나무의 부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더블캐스팅’의 세미파이널 출연자였던 김지훈과 김지온, 그리고 최종 파이널까지 올랐던 임규형과 정원철·김원빈, 최종 우승자인 나현우 역시 방송 출연 이후 뮤지컬 무대는 물론 드라마 등에까지 진출하며 활약 중이다. 이보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면 현재는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로 꼽히는 임혜영과 강태을도 모두 TV에서 방영된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다.


이처럼 뮤지컬 프로그램은 단순히 경연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뮤지컬 스타들의 확실한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DIMF 박정숙 사무국장은 “‘DIMF 뮤지컬스타’를 통해 발굴된 차세대 뮤지컬스타들이 계속해서 작품에 캐스팅이 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예비 뮤지컬배우들을 위해 다양한 무대기회를 제공하며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소비자 위주로 돌아가는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관객을 유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진 못한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법을 탈피하고 ‘뮤지컬만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노래’에 대한 심사에 치중한 면이 크다. 하지만 뮤지컬은 노래는 물론 연기와 춤, 더해 무대 연출까지 더해져야 그 매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다”라며 “노래만 심사하는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뮤지컬 장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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