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야구에서 몸에 맞는 공(hit by pitch ball)이나 위협구는 경기의 흥미를 유발하는 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팬들도 일정 수준의 위협구는 눈감아 줬다. 경기 흐름을 잡기 위한 ‘순수한’ 의도의 경우에 한해서다.
하지만, 타자의 머리를 향해 던지는 볼은 치명적인 부상이나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55년엔 선린상고 최운식 선수가 머리에 공을 맞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투수가 던진 공은 ‘살인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볼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선수들은 빈볼에 대해 “필요악”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의 한 부분으로 봐 달라”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빈볼의 주요이유로 △상대팀의 비매너 행위에 대한 보복 △분위기 전환 △상대팀 에이스 기선제압 등을 꼽았다.
KBO 홍보팀은 빈볼에 대해 “야구는 분위기와 팀워크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상대팀 투수가 자신의 팀 타자를 공으로 맞출 경우, 바로 ‘보복’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분위기 전환과 팀의 단합, 동료애를 과시하기 위한 명분이지만, 선수 생명을 끊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빈볼은 서로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행위이자, 야구팬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마운드 위의 진정한 ‘복수’는 빈볼이 아니라 삼진”이라고 강조했다.
◆팀워크를 위한 ‘필요악’
빈볼은 선수의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심판은 빈볼을 던지는 투수에게 즉각 퇴장을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타자의 머리 쪽 위협구뿐만 아니라 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전반적인 위협구를 빈볼로 규정하고 있다.
KBO 경기규정 ‘투수 8조 2항’에 따르면, “고의적으로 타자를 맞추려고 투구하는 것. 이와 같은 반칙행위가 생겼다고 심판원이 판단할 때는 심판원은 그 투수 또는 그 투수와 그 팀의 감독을 경기에서 퇴장 시킨다”고 규정했다.
또한 “그 투수와 양팀의 감독에게 재차 이와 같은 투구가 있을 때는 그 투수(또는 그 투수를 구원하기 위해 출장한 투수)와 감독이 퇴장 당한다는 요지의 경고를 한다. 심판원은 반칙행위가 일어날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는 경기 개시 전 또는 경기 중임을 불문하고 언제든지 양팀에게 경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빈볼의 유래
미국에서 사람의 머리를 지칭한 속어 ‘bean(콩)’에서 유래한 야구용어로, 투수가 타자의 머리(bean)를 향해 의도적으로 공을 던지는 위협구를 말한다.
위협구는 영어로 ‘브러시 백(brush back)’이라고 한다. 몸쪽으로 볼을 던져 타자를 드러눕게 만든 데서 유래됐다.
또한 위협구를 잘 구사하는 투수를 ‘이발사’라는 의미의 바버(barber)라고 한다. 이는 날선 면도칼을 든 이발사에서 착안한 것으로 그만큼 타자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의미다.
실제로 타자들은 위협구가 들어올 경우, 다음 공부터는 몸 쪽을 의식하는 두려움이 생겨 그 공을 치기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이종범(기아 타이거즈)이 과거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 상대 투수들이 의도적으로 위협구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빈볼 워(bean ball war)’는 빈볼로 감정이 격해져 양팀 간에 의도적인 보복행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심각한 갈등관계를 형성한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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