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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형 냉장고도 뒤집어졌어요"··· 흙탕물로 뒤덮인 신대방 반지하 주택가


입력 2022.08.10 17:14 수정 2022.08.19 10:45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 데일리안 ⓒ 데일리안

“아침에 대피소에서 돌아오니 난장판이 되어 있네요"


10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인근 반지하 주택. 집안 청소를 하고 있던 박모(42) 씨는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부터 박 씨는 홀로 온 집 안을 걸레로 닦고 가재도구를 밖으로 꺼내고 있었다.


침수 피해를 입어 진흙탕으로 뒤덮인 신대방 소재 반지하 주택. ⓒ데일리안 침수 피해를 입어 진흙탕으로 뒤덮인 신대방 소재 반지하 주택. ⓒ데일리안

박 씨는 처음 폭우가 쏟아졌던 8일 저녁 이웃의 도움으로 생필품만 챙겨 급히 대피했다. 전자 기기를 판매하는 자영업자였던 그는 집 안에 있던 노트북, 핸드폰 등의 고가 판매품들을 챙길 겨를도 없었다. 그는 "제품들이 침수로 전부 파손돼 몇 백 만원 넘게 손해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집 안은 온통 흙탕물로 뒤 덮였고 가정 제품들은 이곳저곳 어지럽게 나 뒹굴고 있었다. 그는 "주위 분들에게 소형 양수기를 빌려 7시간 넘게 물을 빼고 있지만 아직도 흙탕물이 바닥에 차 있다. 동사무소에 도우미를 요청했지만 언제 올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신대방 역이 위치한 동작구는 지난 8일 시간당 141.5mm의 비가 내려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다. 동작구 일대는 많은 비로 도로가 통제됐고 주민들은 인근 주민 센터로 임시 대피했다. 반지하 주택이 많은 신대방의 경우 피해가 심했다. 주민들은 빗물이 빠질 때마다 복구 작업에 힘썼지만 침수의 상흔은 컸다.


이날 오전 11시 다른 주택 앞에는 음식물이 담긴 통들이 땡볕 아래 가득 쌓여 있었다. 해당 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모(71) 씨는 음식물을 쓰레기 봉투에 담으며 “여긴 전쟁터와 다름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냉장고가 침수돼 오염된 음식물을 쓰레기 봉투에 담고 있는 주민. ⓒ데일리안 냉장고가 침수돼 오염된 음식물을 쓰레기 봉투에 담고 있는 주민. ⓒ데일리안

이 씨의 집에 들어가 보니 대형 냉장고는 물살에 가로로 뒤집혀 있었고 장판은 물에 젖어 전부 뜯겨져 있었다, 방 벽에 남은 침수 흔적을 보니 155cm 성인 여자 키의 허리까지 잠길 만한 깊이였다. 이 씨의 가족인 한모(30) 씨는 "가족들과 직접 물을 밤새 퍼냈다. 관할 구청에 피해 신청을 해 놓은 상태나 정확한 보상 대책은 전달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침수 피해를 입어 진흙물이 가득한 신대방 소재 반지하 주택. ⓒ데일리안 침수 피해를 입어 진흙물이 가득한 신대방 소재 반지하 주택. ⓒ데일리안

이 씨의 옆집도 반지하로 똑같이 심한 피해를 입었다. 냉장고와 세탁기, 책장 등이 모두 가로로 넘어져 파손됐으며 의복이나 매트리스도 진흙물에 젖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해당 반지하에 거주하는 김모(61)씨는 "함께 거주하는 80대 어머님도 도우러 나왔다. 양수기도 지원 안 돼 가족 구성원 4명이 밤새 수작업으로 물을 퍼냈다“며 "모두 생업을 내려놓고 복구 작업에 힘쓰는 중이다. 생필품도 부족한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동작구청은 10일부터 수해 피해 조사를 실시하고 구청 직원과 자원봉사자, 군인 등의 지원 인력을 투입하는 등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나선 상태다. 동작구청 치수과 관계자는 “침수 피해가 접수된 가정들을 돌아다니며 물을 퍼내는 양수 작업과 도배장판을 돕고 있다. 수해 피해 조사가 끝나는 대로 각 세대별 재난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침수 피해 현장에서 부족했던 양수기에 관해선 치수과는 "예상치 못한 강수량에 침수된 가정들도 너무 많아 이미 구비해놨던 양수기도 수요에 비해 부족했던 상태"라며 "인근 양천구청이나 용산구청에서 양수기를 빌려 공급 중이나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12일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다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11일까지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충청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고, 서울 지역에도 20~8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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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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