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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한민 감독, 이순신 장군을 3부작으로 스크린에 불러낸 이유


입력 2022.08.07 08:36 수정 2022.08.07 08:3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400만 돌파

2014년 '명량'을 1761만이라는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쥐고 있는 김한민 감독. 8년 만에 박해일과 손 잡고 '한산: 용의 출현'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기에 '한산: 용의 출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개봉 11일 만에 400만 돌파에 성공하며 파죽지세 행보를 걷고 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어려서부터 이순신 장군을 존경해왔던 김한민 감독은 '명량'이 하나의 영웅담에서 끝나지 않길 바랐다. 대중이 왜 이순신 장군에게 열광했는지,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상기시켜 새롭게 재평가 되고 세계사적 인물로 등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명량' 때는 기대하지 않았던 흥행 스코어가 나왔어요. 이후 8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게는 미스터리입니다. 당시 흥행은 하나의 사인이 아닌가 싶었어요. 이후 '이순신 프로젝트'를 '한산'과 '노량' 3부작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죠."


'명량' 해상 전투 신은 실제로 바다 위에 배를 띄워 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날씨와 시간, 파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했다. '명량'을 통해 해전 신을 경험한 김한민 감독은 이번에는 버추얼 스튜디오와 세트장을 마련해 모든 해상 전투를 CG로 처리했다. 실감 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콘티 작업을 뛰어넘는 세심한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고,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해전 신을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콘티를 만들어 사전 시각화했다.


"세팅 값을 버추얼 스튜디오 내에서 하나의 작품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다이내믹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이 정도의 수준 시각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었어요."


'명량'과 가장 큰 차이점도 해 전신이다. 앞서 말한 촬영 방식에 이어 해전 신의 성격과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도 달랐다. '명량'에서 통쾌한 역전승을 보여줬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수세를 승리로 이끄는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차갑고 균형 잡힌 리더십을 보여주고자 했다.


"'명량'은 이순신의 고독한 불굴의 의지를, '한산'은 물처럼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순신 외에도 그를 둘러싼 장수들의 이야기 역시 비중이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 이순신 역할은 김한민 감독과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에서 호흡을 맞춘 박해일이 맡았다. 김한민 감독은 두 배우의 차이점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용장(宂將)과 지장(智將)을 보여주고자 했다.


"'명량'과 '한산'은 이순신 장군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배역도 달리 할 수 있었어요. 그게 가능했던 건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라 배우가 바뀌더라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지략적이고 섬세한 젊은 이순신에 박해일이 잘 어울렸어요."


우리는 학창 시절 역사 수업에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학습한 바 있다. '역사가 곧 스포'라는 말과 어느 때보다 맞닿아 있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적당히 유인전을 해서 학익진을 펼친 후 거북선으로 활약해 적당히 대승을 거둔 전투라고들 알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한산대첩 또한 어려운 국면에서 힘든 전투였죠. 유인전 하나도 쉽지 않았어요. 손쉬운 전투라는 오해를 이 영화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죠. 이순신 장군과, 각 장수들의 각고의 노력을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새롭게 느꼈으면 했어요. 또 역사적으로 이순신 장군은 정치적으로 가장 오염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 이 시대에는 중요한 통합의 아이콘이기도 하죠. 왜 제가 이순신에 집중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조선과 왜의 전쟁이라는 시선에서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으로 시선을 옮겼다. 왜군의 잔인한 학살 같은 장면을 넣어 위기와 갈등을 고조시키는 대신 이순신 장군과 와키자카, 전술 대 전술에 집중했다.


"흔히 임진왜란을 조선과 일본이 싸운 전쟁이라고 보지만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 아닌 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인식했다는 게 중요해요. 이를 실천하는데 중요한 핵심이 준사죠. 준사가 자기 입으로 일본 장수와 이순신 장군의 차이를 말하잖아요. 그래서 조선 편에 서게 되고요. '노량'에서는 준사의 역할을 더 확장시켰어요."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분량도 상당하다. 조선을 침략한 일본 장수에서 벗어나 야망가 와키자키를 조명했다.


"와키자카 입장에서도 치열한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자만한 적장이 아닌, 왜군 장수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야망 있는 적장이었을 것 같았죠. 역사적 기록을 보더라도 그렇고요. 이런 개연성을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 그게 한산해전의 본질인 첩보전, 탐색전, 디테일한 전술 싸움을 더욱 풍성하게 해줬고요."


'한산: 용의 출현'이 '명량'보다 만듦새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요소는 신파적인 요소를 거세해 담백하게 그린 연출이다. 전쟁신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작위적인 감정 신을 배제했다.


"신파적인 대사나 직접적인 메시지를 넣자, 빼자 이런 감각은 없었어요. 한산해전이 갖는 속성상 공감할 수 있는 개연성을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비친 것 같네요."


김한민 감독에게는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이 남아있다. '한산: 용의 출현' 촬영이 끝난 후 두 달 간의 휴식을 취한 후 '노량' 촬영에 돌입해 모든 촬영을 끝냈다. 그는 각 해전의 특색에 맞도록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용기를 담아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고 싶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 혹은 용기,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순신 프로젝트 3부작 모두가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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