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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쇄신과 심기일전의 골든타임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2.08.05 07:00 수정 2022.08.05 05:0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왜 만나지 않았느냐를 두고 지지층 내부에서 찬반이 뜨겁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으로 동맹의 신뢰를 손상시키지 않겠다던 기조에서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여기에 펠로시 의장에 대한 '부실 의전' 논란까지 더해지며 가열됐다.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순방은 국제사회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논쟁적 사안이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시진핑의 3연임 도전 등 민감한 시기에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대만 방문을 만류할 정도였다. 요주의 인물을 국익적 판단에 따라 대통령이 만나지 않기로 한 것은 정권 차원의 결단이며, 추후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보다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다. 대만을 찍고 서울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의 움직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을 때, 윤 대통령은 연극을 관람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휴식조차 하나의 메시지가 되는 대통령의 행사일진대, 미국 서열 3위의 방문 때 대통령이 연극을 보러 간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금태섭 전 의원은 과거 검찰의 국제행사 준비하며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초청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했고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검찰 행사 당일 대통령은 가족들과 음악회를 관람했고 보도까지 했다. 금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은 정말 검찰을 싫어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서열 3위 하원의장이 방문했는데, 한국의 대통령이 만남은커녕 연극을 관람했다고 했을 때 펠로시 의장의 순방 찬반을 떠나 긍정적으로 보는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말레이시아·대만·싱가포르·일본의 정상이 모두 펠로시 의장과 만났거나 만난다는 점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연극 관람을 두고 '기개 있는 한국의 대통령'이라는 반응도 내놨다.


물론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이런 긁어 부스럼을 의도해서 일정을 마련했을 리는 없다. 메시지의 파장을 고려해 세심하게 살피고 조율해야 할 참모나 측근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여권에서 대통령실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의 정치공세와는 결이 다르다.


집권 초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수습하고 보완한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2~3년 차에 문제가 터지면 수습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해진다. 윤 대통령은 조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쇄신론에 선을 긋고 있지만, 심기일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지지층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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